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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섹터를 넘어 한 목소리로 - 임팩트얼라이언스 허재형 이사장

by 8번출구 2022. 11. 17.

"비영리 거버넌스 인사이드" 2022년 가을호에 실린 인터뷰입니다.

비영리거버넌스 연구소에서는 비영리 거버넌스 관련 최신 동향과 자료를 확산·공유하고 정례화하기 위해 "비영리 거버넌스 인사이드"를 발간합니다. 비영리 현장의 거버넌스 관련 주요 이슈를 탐색·종합하여 유용한 자료나 사이트, 교육/행사 등의 동향 및 유력한 인물 소개 등을 포함하여 연 4회 발간됩니다.

  • 가을호 “거버넌스의 다음세대 리더십” 보러가기 (클릭)

임팩트얼라이언스는 새로운 유형의 조직으로서, 제4섹터인 소셜분야의 보다 건강하고 지속가능한발전을 위해 협력하고 있습니다. 이번 가을호에서는 지난 8월 2일, 임팩트얼라이언스 허재형 이사장을 만나 임팩트얼라이언스와 루트임팩트, 그리고 거버넌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대담 진행은 잉클링즈 옥명호 대표가 맡았습니다.

Q: 반갑습니다. 여러 매체를 통해 이사장님 인터뷰 기사를 읽어서 그런지 처음 뵙는 것 같지 않네요. (웃음) 인사이드 독자 중에서도 이사장님을 아는 분이 분명 계시겠지만, 처음 만나는 독자들을 염두에 두시고 간략한 자기소개 먼저 들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A: 네, 안녕하세요. 비영리사단법인 루트임팩트 대표이자 임팩트얼라이언스(이하 임팩스) 초대 이사장을 맡고 있는 허재형입니다. 지난 2012년, 정확하게 10년 전에 동료들과 함께 비영리사단법인 루트임팩트를 시작했고요. 현재 성수동 지역을 중심으로 소위 소셜벤쳐, 사회적기업, 비영리조직 등 설립유형을 초월하여 사회적인 임팩트를 지향하는 조직들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고자 노력해왔습니다. 그리고 2019년에는 일종의 연대체이자 협의체인 임팩스를 발족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Q: 그러고 보니 루트임팩트가 올해 설립 10주년이네요. 이 시기에 대통령 표창도 받으시고, 오바마재단 아시아-태평양 리더에도 선정되셨다고 들었습니다. 마치 예비된 것처럼 경사가 겹쳤네요. 정말 축하드립니다.

A: 감사합니다. 그런데 사실 제 개인의 성과라기보다 10년 동안 동료들과 ‘같이’ 해온 일 덕분이에요. 제가 ‘대표’로 받은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지나치게 겸손하신 것 같습니다. (웃음) 원래는 컨설턴트로 사회생활을 하시다가 루트임팩트를 시작하신 거잖아요. 소셜섹터로의 전환이라고 할까요, 그 결정과정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10년의 시간을 지나오면서 잘한 결정이었다는 생각이 드시나요?

A: 많은 분들이 제 결정이 어려웠을 거라고 짐작하시는데, 오히려 ‘내가 더 신중하게 결정했어야 했나’ 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그렇게 어렵거나 힘든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일단은 이 일을 선택할 때, 평생직장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아주 중대한 결정이라는 인식을 하지 않았던 거죠. 그냥 제 마음이 따르는 방향을 쫓아갔어요. 제 가치관에 잘 부합하는 일이었거든요. 부모님께 말씀드리는 과정에서 약간의 어려움이 있긴 했지만, 다시 10년 전으로 돌아가도 같은 결정을 할 거예요. 유일한 후회나 아쉬움이 있다면, 리더로서 좀 더 잘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점입니다. 

Q: 그러셨군요. 대학생 때 동아리에서 공부하면서 어떤 책을 읽고, 그 책의 내용대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셨다는 인터뷰를 보았는데요.

A: 사실 책을 먼저 만났어요. 《보노보 혁명》이라는 책이었습니다. 방학 때였는데 학교 도서관에서 뭘 읽으면 좋을까 하고 찾다가 책 제목이 특이해서 꺼내 보게 됐어요. 열 명 남짓의 해외 사회적 기업가들의 이야기였고, 그 책을 읽으면서 영감을 많이 받았어요. 비즈니스를 통해 지역사회의 심각한 사회문제도 함께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언젠가는 이렇게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희망을 갖게 되었죠. 

그러다 개강 후에 학교에서 우연히 동아리 포스터 하나를 발견했어요. 정확하지는 않지만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사(GE)의 최고경영자였던 잭 웰치의 차가운 머리와 테레사 수녀의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같이 공부하자는 이야기였던 것 같아요. 그게 2008년도였기 때문에 사회적 기업이나 사회적 기업가에 대해 알려졌던 때도 아니었는데 저보다도 앞서서 알고 있고, 심지어 관련 활동을 기획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 굉장히 반가웠어요.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있던 때라 활동하기에는 무리였고 알아두는 것만으로 좋겠다 싶어 연락해서 만났고 결과적으로 해당 학기는 휴학하고 졸업을 유예했어요. 계획된 활동을 소화하려면 1년 정도 투자해야 할 것 같았어요. 사회적 기업에 대해 공부도 하고 대학생들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사회적인(소셜) 프로젝트, 혹은 사회적 기업이나 비영리단체를 선정하여 돕기도 했어요. 1년 동안, 정확히는 두 학기 간의 활동이 저한테는 정말 순수하게 좋았어요. 

2008년에 만난 한 권의 책, 그걸 통해 알게 된 인물들, 그리고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몸소 경험했던 것들이 내가 이 길을 걸어가도 좋겠다고 결심하게 된 중요한 단서가 된 것 같아요.

Q: 그렇게 소셜섹터에 몸 담은 지 10년이 지나가는 상황인데요. 일하면서 겪은 어려움이나 장애물, 혹은 편견을 경험하신 적은 없나요?

A: 많았어요. (웃음) 제가 제일 많이 듣는 이야기 중에 하나가 ‘좋은 일, 착한 일 한다. 멋지다.’는 것이에요. 다른 의도나 뜻에서 하신 말씀이 아니라는 것을 한 번도 의심한 적은 없는데요. 다만 거기서 더 궁금해하지 않으시는 것 같아요. 이런 상황을 몇 번 겪으면서 느낀 점은 어떤 선입견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아무나 일할 수 없는 분야라고 생각하시죠. 사명감이나 숭고한 뜻이 있는 사람들의 영역이라고 여기는 분명한 경계가 느껴져요. 10년 전에는 더 그랬고,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른 하나는 직업인으로서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좋은 일, 착한 일’이라고 단순화하기 어려울 정도로 전문성과 탁월함이 요구되고, 그만큼 세분화된 직무들이 존재함에도 그렇게까지 인식되지 않고 있어요. 문제는 이러한 선입견들이 활동가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구조적인 이유에도 한 몫하고 있어요. ‘자신들이 좋아서 선택한 일이니까’ 혹은 ‘저들은 돈을 벌려고 하는 일이 아니니까’ 라고 여기죠. 미션 디스카운트(Mission Discount)가 당연하다 여기는 환경이 된 것 같아요. 이것이 이 분야에 대해 사회가 가진 선입견이고, 그로 인해 활동가들의 여건 개선에 걸림돌이 되고 있어요.

Q: 대표님 말씀을 들으니 크게 와 닿는데요. 어떻게 보면 소셜섹터가 사회변화를 지향하는 일이잖아요. 그런 면에서 말씀하신 것과 같은 사회적인 편견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을까요?

A: 저도 그 답을 찾아가고 있는데요. 사회적 기업이나 소셜벤처는 스스로 지속가능한 구조와 모델을 만들고자 시작된 거잖아요. 실제 사례들이 국내외에서 계속 나오고 있기도 하고요. 이처럼 성공적인 모델이 더 다양하게 등장하면 앞서 말씀드린 선입견들이 깨질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저희가 관련 창업가나 동료들을 돕고자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이런 일을 꿈꾸는 청년들 (저희는 임팩트 추구 인재라고 부르는데) 관련 정보나 경험을 얻을 경로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분들이 경험을 쌓고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나 인턴십을 구상하고 있어요. 반대로 조직들은 같이 일할 인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기획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Q: 최근 루트임팩트 10주년 기념사이트에 보니 헤이그라운드 입주기업 생존율이 85%가 넘는다는 통계수치가 있더라고요. 이 분야를 잘 모르는 저로서도 놀라운 일이라는 생각을 했는데요. 이 10년의 시간이 흐르는 과정에서 루트임팩트를 설립하신 당시와 지금 현재를 놓고 견주어볼 때 가장 큰 변화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A: 비즈니스라는 도구를 통해 임팩트를 지향하는, 즉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창업가와 동료들의 존재감이 커졌다는 점이에요. 임팩트(Impact)라는 용어가 ‘사회적으로 변화를 일으키는 긍정적인 영향’이라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 것처럼요. 아시겠지만 임팩트는 신조어가 아니기 때문에 단어 고유의 뜻이 있잖아요. 10년 전만 해도 지금의 의미로는 전혀 사용되지 않았죠. 그래서 단어의 개념이나 저변의 철학을 같이 알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도로 회사명에 임팩트를 넣게 되었어요. 처음엔 ‘임팩트가 무엇이냐’, ‘너희 회사는 뿌리충격이냐’ (웃음) 이런 얘기를 들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공공문서에서나 학교에서도 사용하고, 심지어는 교과목이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나아가 중소기업벤처부에서는 소셜벤처를 법과 제도에 포함하면서 제도권 내 논의도 시작되었어요. 동료들과 종종 ‘소셜 임팩트의 주류화’라는 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곤 했는데, 지난 10년 동안 꿈을 이룰 수 있는 최소한의 토대는 만들어지지 않았나 느낍니다. 

Q: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봐야겠네요. 지난 10년 동안은 소셜 임팩트의 생태계를 꾸려내는데 집중했고 향후 10년은 소셜섹터로 유형의 자본을 들여와서 연결하는 일에 집중하고자 한다는 얘기도 다른 인터뷰에서, 하셨어요. 이 부분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A: 루트임팩트의 새로운 비전을 이야기 하면서 연결자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었는데요. 물적 자원 외에도 인적 자원이나 사회적 자본, 지적 자본 등 다양한 유형의 자본(자원)을 총체적으로 연결할 필요가 있거든요. 예를 들어 어떤 회사가 투자를 유치했어도 적절한 인재를 채용하지 못하면 성장의 모멘텀(Momentum, 탄력가속도)을 잃게 됩니다. 여러 자본이 적시에 연결되어야만 각 자본이 가지는 잠재력을 최대로 실현할 수 있어요. 문제는 저절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래서 저희와 같은 중간지원기관이 투자 의도를 잘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1년 전부터 팀원들과 함께 전략이나 방법에 대한 논의를 지속해왔습니다.

(소셜) 임팩트 투자자본은 지난 3년에서 5년 사이에 빠르게 늘어났습니다. 물론 이 추세대로 계속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비영리분야의 경우 자본의 연결이 보다 취약하기 때문에 지원방안을 별도로 마련하였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두 가지 신사업을 런칭했는데요. 하나는 비영리 멤버십입니다. 브라이언임팩트의 후원을 받아 비영리단체들이 저비용으로 공유오피스인 헤이그라운드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에요. 이번에 총 16개 단체를 선정했고 하반기 중 순차적으로 입주할 계획에 있습니다. 

그리고 임팩트 필란트로피 제1호 기금을 결성했어요. 향후 3년간 10개 내외의 비영리단체를 선정하여 재정적인 지원을 비롯한 단체 운영이나 성장을 위해 필요한 여러 측면에서 지원을 해나갈 예정입니다. 

그렇다고 기존의 ‘인프라 조성자’라는 역할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에요. 한 사람이 여러 페르소나를 가질 수 있는 것처럼 이제부터는 ‘연결자’라는 페르소나를 더해 저희 역할을 확장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생태계 내의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조금 더 편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특히 사각지대에 있는 빈틈을 저희가 채울 수 있길 바라고 있어요.

Q: 그런 면에서 연결자라는 정체성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새삼 드네요. 이제 임팩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볼까 합니다. 요즘 부캐가 유행이잖아요. (웃음) 그런 차원에서 루트임팩트의 대표이면서 임팩스 이사장이신데, 2019년부터 3년째 맡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루트임팩트와 별개로 설립하게 된 배경이 있나요?

A: 2014년에 성수동에 오면서 저, 임팩트스퀘어 도현명 대표, 크레비스 파트너스 김재현 대표, 소풍벤처스 한상엽 대표까지 네 명이서 성수동을 임팩트 클러스터로 만들자고 얘기했어요저희는 지원기관이고 세 회사는 임팩트 투자사로서 소셜벤처를 발굴하고 육성한다는 점에서 서로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었거든요. 특별한 어젠다 없이도 한두 달에 한 번씩 만나서 동향이나 현황을 나눴습니다. 그런데 지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회적 경제나 소셜 벤처, 임팩트 투자 전반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났어요. 그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수렴해야 할 필요가 있었고, 유사한 문의나 요청을 저희 4명이 다 받고 있었던 거예요. 경험한 바가 비슷하고, 평소에 공유하던 게 있다 보니 이슈에 대한 답변도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면 아예 정책에 관한 의견이나 아이디어를 모아서 공식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드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공유하게 되었죠. 정책적인 소통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거든요.

다만 저희는 일선에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현장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의견이 편향되지 않을까 염려되었습니다. 그래서 일종의 연대체를 만들어 ‘모두’의 목소리를 전달하기로 결정했어요. 기존 4개 지원조직에 현장조직인 5개 기업을 더 모아 총 9개의 이사사를 구성하였고, 현재 120여개의 회원사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임팩스는 정책 소통채널 역할이 주요한데, 소셜벤처나 임팩트 투자 관련 정책 및 제도에 카운터 파트가 되었습니다. 중소기업벤처부에서는 저희를 공식적인 파트너로 간주하고 있고요. 이외에도 기획재정부나 여러 부처와도 협력하고 있습니다. 

Q: 120여개 회원사들의 의견을 하나의 채널로 담아서 전달하는 한 목소리가 될 수 있겠네요.

A: 그래서 내부적으로 소통을 많이 하고 있어요. 회원사들에게 의견을 구하기도 하고, 공개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할 때도 있고요. 사무국에서 회원사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수시로 의견을 청취하여 수렴하고 있습니다.


Q: 이어서 이사회 거버넌스에 대해 여쭤보려고 합니다. 현재 임팩스는 다른 이사회와는 다르게 성별이나 세대가 다양한 구성으로 되어 있지 않나 생각하는데요. 이사회 거버넌스 구조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A: 처음부터 다양성을 중시했어요. 저희 이사회 거버넌스의 제1의 가치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비단 성별, 세대뿐만 아니라 지원조직과 현장조직의 균형이 맞길 바랐고, 각 단체가 다루는 주요 이슈, 또 영리/비영리의 구분 없이 여러 측면에서의 다양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생태계의 축약 버전으로요. 운영을 책임지는 주체로서 이사회가 편중되어 있으면 생태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데 한계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구조적으로는 다양성 확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원리이자 원칙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두 번째는 문화적인 특성이라고 볼 수 있는데, 굉장히 캐주얼하게 일합니다. 요즘 말로 소위 애자일(Agile)하다고 할까요. 수평적으로 의견을 나누고 상호 지지하지만, 윤리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절차적 정당성을 짚고 넘어가는 분위기에요.

비단 회의 자리에서뿐 아니라 평소 온라인 채널(슬랙)을 통해서도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고요.

Q: 그렇다면 이사사를 선임하는 과정에서는 어떤 부분을 제일 중요시 하고 있나요?

A: 귀납적으로 보면 저희의 미션에 깊이 동의하고, 더 나은 여건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자 하는 의지나 열정이 있는 분, 즉 그런 단체를 중심으로 구성했어요. 아까 부캐라고 말씀하셨지만, 그냥 형식적인 이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이사사의 대표로서도 수행해야 하는 일의 양이나 종류가 많거든요. 각 소속 회사의 대표이기도 하기 때문에 본업만으로 사실 충분히 벅찹니다. 그 와중에 일정 시간은 임팩스에 헌신을 해주셔야 하고요. 그러니까 결국은 임팩스의 존재이유에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기여하려는 의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Q: 임팩스의 이사회는 주로 어떤 역할을 담당하나요?

A: 저희는 회원단위가 개인이 아니라 법인이거든요. 그래서 신규 회원사 가입 심의가 중요한 의사결정인데, 이사회 전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수가 심의 의결에 참여해주고 계십니다. 신규회원을 발굴하고 추천하는 일도 함께요. 빈도 상 사무국에서 직접 담당하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정책기획이나 소통하는 과정에서 정부 및 지자체를 대응하는 일도 이사회에서 하고 있습니다. 

임팩트얼라이언스 거버넌스만의 역할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특별회원 유치, 즉 펀드레이징 역할도 하고 있어요. 현재 SK그룹이나 현대차 그룹 등 일반 대기업이 특별회원으로 도움을 주고 계신데요. 이와 같은 곳들을 발굴하고 소통하는 일 또한 이사회의 역할입니다. 

Q: 이사장으로서 만들고 싶었던 이사회의 모습이 있었는지, 그러한 변화를 만들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해오셨는지 궁금해요.

A: 거버넌스의 중요한 가치이자 특성으로 다양성을 꼽는 만큼, 이사회 안의 다양한 목소리, 특히 소수 의견이 소외되지 않도록 애쓰고 있습니다. 다른 의견이 건강하게 충돌하고 더 나은 생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모더레이터(moderator, 중재자)로서 노력하고, 필요할 때는 이사 한 분 한 분과 깊이 소통하고자 합니다.


Q: 현재 임팩스 이사회 내 연령대도 3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미 수평적인 이사회 문화에 대해서 말씀하셨습니다만, 그래도 30대부터 청년이사 혹은 이사장으로 활동하면서 어려움을 겪으신 적은 없나요?

A: 질문의 의도와는 배치되는 답일 것 같은데요. (웃음) 저는 어려움이 전혀 없었어요. 루트임팩트도 그렇고, 임팩스도 그렇고 이사님들께서 차이를 다름으로 존중하는 분들이세요. 

결국 세대나 성별은 물리적인 조건이라고 보면 돼요. 그 조건이 중요하진 않은 거죠. 그래서 저는 청년이사라는 표현 자체가 오히려 어색합니다. 적어도 제가 속한 이사회에서는 그걸 문제로 인식해본 적이 없거든요. ‘청년’이어서가 아니라 이사회를 구성하는 (N분의) 1명으로서 각자의 의견과 경험을 존중해주는 문화가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다만 최근에 임팩스 이사회 내에서도 구성원 중 MZ세대 영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긴 했어요. 임팩트 생태계의 미래를 위해 선제적으로 구상하고 실행해야 될 텐데, 거기에 다음 세대 창업가들의 목소리가 더 담겨야 하지 않겠나 하는 입장에서요.

그런 차원에서 저는 오히려 다른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불확실성이 점점 높아지고, 한 조직을 둘러싼 변화의 속도 또한 빠르고 다층다단하게 일어나고 있거든요. 이럴 때 중요한 게 무엇인가, 과거의 성공적인 모델이나 경험을 잘 인식하는 것인가 아니면 변화를 빠르게 감지하고 적용해보는 것인가를 놓고 볼 때, 후자의 비중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결국 세대나 성별 다양성을 확보한다는 것은 결국 형식적이고 표면적인 문제 접근인 거죠. 이사회가 왜 존재하는지, 무엇을 위해 이사회가 존재하는지 그리고 다가오는 근미래에 이사회가 어떤 역할을 하고 그 역할을 달성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전략적으로 또 전면적으로 다시 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경험이나 지혜가 많은 이사들도 당연히 필요하고, 새로운 분야에 계신 분들도 필요하고요. 이는 균형의 문제이며, 이런 의미에서 다양성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사회의 현실에 요구되는 목적과 기능에 충실한 실질적인 이사회가 되는 것 말입니다.

Q: 지금 그 말씀은 굉장히 흥미롭네요. 모든 분야에 두루 적용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인터뷰가 거의 마무리 되어가고 있는데요. 임팩스의 이사장으로서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과제랄까요. 루트임팩트를 포함하여, 새롭게 시도해 보고자 하는 구상이나 계획이 있는 궁금합니다.

A: 하고 싶은 일은 참 많은데요. (웃음) 임팩스는 지난 3년 간 소셜벤처를 중심으로 하는 대표적인 연대체로 자리매김했는데요. 이러한 포지셔닝을 바탕으로 정부/지자체의 정책파트너로 계속 활동해 나가고자 합니다. 그간 코로나19로 인해 회원사 간 네트워킹 활동도 위축되었었는데, 여러 활동을 재개하여 임팩트 지향 조직의 든든한 네트워크가 되고자 합니다. 이 네트워크가 서울/수도권에 편중되지 않고 여러 지역으로 확장될 수 있도록 지역 소재 회원사 발굴에도 힘쓸 계획이고요. 마지막으로 회원사들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돕는 파트너로서 실질적인 도움이 될 기업사회공헌(CSR)과 회원사 연결, 해외 진출 지원 등의 활동도 강화해 나갈 예정입니다.

임팩스와 루트임팩트는 임팩트 생태계가 건강하게 성장하고, 임팩트 지향 조직들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해 나갈지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고 있는데요. 사회적경제/소셜임팩트 혹은 영리/비영리와 같은 개념적 구분을 초월하여 비전의 달성을 위해, 즉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인 성과창출을 위해 서로 협력하는 곳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Q: 끝으로, 혹시 조금 미진한 이야기가 있다면 마저 얘기해주세요.

A: 음,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었는데요.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활동영역을 떠나, 우리가 하는 일이 법적인 혹은 정치적인 테두리 안에 갇히면 안 된다고 믿어요. 단체의 설립유형에 따라 주무관청이 나뉘고, 특정한 사회문제에 따라서는 정치적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제도나 정책에 지나치게 의존하다보면 결과적으로 단체사업이나 존립 자체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하거든요. 이것이 어느 누구의 탓이고 잘못이라는 얘길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외부환경에도 휩쓸리지 않고 주체적으로 나아가려는 노력, 그 가운데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우리 모두가 바라는 ‘바’로 협력하여 가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Q: 굉장히 귀담아 들어야 하는 이야기네요. 긴 시간 감사합니다. 여담이지만, 이사장님의 10년 이야기를 글로 정리하시고 책으로 내신다면 시민들에게 인식을 공유하고 퍼트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웃음)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 해당 게시물의 출처와 저작권은 재단법인 빈손채움 공익경영센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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