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의 의미를 다시 묻다
*글: 진가은(미네르바 대학)
임팩트얼라이언스에서 보낸 한 달의 기록
한 달 전, 저는 “어떻게 하면 배움이 연결을 만들고, 그 연결이 오래가는 커뮤니티로 이어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품고 임팩트얼라이언스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리고 지금, 같은 질문 앞에서 완전히 다른 답을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질문하는 법을 배우다
가장 먼저 바뀐 건 질문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사회적 가치 페스타 (SOVAC)을 준비하면서 여러 연사분들 사전 미팅을 다니며 나눔비타민 세션 모더레이터를 처음 맡게 되었을 때, 전조님께서 건넨 조언이 있었습니다. “현상만을 묻는 질문이 아니라 본질을 파악하려는 질문을 하라.”
그전까지 저는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라고 물었다면, 이제는 “왜 그 활동이 지금 필요할까요?”, “그 과정에서 드러난 근본적인 어려움은 무엇인가요?”라고 묻기 시작했습니다. 질문 하나가 대화의 결을 바꾸고, 그 대화가 관계의 밀도를 바꾼다는 것을 현장에서 체감했습니다.
이틀간 1만 명 정도가 오간 SOVAC 현장에서 살롱과 티타임을 운영하며, 저는 대화의 리듬을 설계하는 법을 익혔습니다. 참여자분들께 세션의 진행 방식을 안내하고, 연사의 내러티브가 시간의 맞춰 흐르도록 돕는 일. 그 과정에서 제가 맡은 기록은 단순한 내용 메모가 아니라, 누군가의 이야기가 다른 누군가에게 다시 전해질 수 있는 관계의 증거가 되었습니다.
연결의 역설을 마주하다
한 달을 돌아보며 가장 큰 깨달음은 연결의 역설이었습니다.
임팩트얼라이언스가 만들어내는 연결들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처음에는 분명한 목적으로 시작된 연결이 어느 순간 그 목적을 넘어서거나 때로는 불분명해지는 순간들을 목격했습니다. 영감 나무에 차곡차곡 쌓이는 수십 명의 메세지를 읽으면서, 네트워킹 티타임 세션과 살롱 존에서 꽃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저는 이런 물음에 다다랐습니다.
“연결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있을까?”
예전에는 개인의 경험을 포트폴리오로 남기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모여 공동의 관계 자본이 되고, 그것이 또 다른 시도를 가능하게 하는 구조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때로는 처음의 목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지만, 그 흐름 자체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었습니다.
시선의 전환
사회연대경제 정책 집담회에서 들었던 “조직의 성장과 문제 해결은 다르다”는 통찰처럼, 저 역시 시선의 전환을 경험했습니다.
매 순간을 단순한 ‘행사 경험’으로 두지 않고, “이 만남이 어떻게 구조로 남을까”라는 질문을 붙잡으며 제 언어로 다시 묶어내는 연습을 했습니다. 질문을 설계하는 법, 기록을 관계의 증거로 남기는 법, 대화를 통해 본질을 파악하는 법. 이 모든 것이 제 안의 사고방식을 조금씩 바꿔놓았습니다.
임팩스에서의 마지막 날 제 다이어리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임팩트는 성장 지표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가 되고, 관계를 남기는 제도가 될 때 비로소 지속된다.”
다음 페이지를 향해
한 달 전 저는 "함께하는 감각이 지속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제는 그 구조가 때로는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야말로 살아있는 증거일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이제 저는 두 개의 질문을 품고 다음 페이지로 향하려 합니다.
첫 번째 질문은 "임팩트를 측정하는 새로운 언어를 만들 수 있을까?"입니다. 성장 지표로 설명되지 않는 임팩트, 관계로 남는 제도의 가치를 어떻게 가시화하고 전달할 수 있을지 실험해보고 싶습니다. 졸업 프로젝트로 진행 중인 청년 사회혁신가들의 지속적 참여 구조 연구도 이 맥락에서 더 깊이 있게 접근해볼 계획입니다.
두 번째 질문은 "연결이 목적이 되는 순간, 우리는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는가?"입니다. 임팩스에서 목격한 연결의 역설을 더 면밀히 탐구하며, 목적 없는 연결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가능성을 커뮤니티 설계의 관점에서 실험해보고 싶습니다.
당장은 미네르바 대학교 마지막 학기를 마무리하며 이 두 질문을 학술적 탐구와 civic project들을 통해 더 구체화할 예정입니다. 그 과정에서 교육과 사회혁신의 경계에서 일해온 경험들을 하나의 일관된 서사로 엮어내고, 그것이 다시 현장의 언어가 되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무엇보다 임팩스에서 배운 "질문을 설계하는 법"을 앞으로의 모든 만남과 협업에 적용해보고 싶습니다. 현상이 아닌 본질을 묻는 질문, 대화를 관계의 증거로 남기는 질문을 던지며, 제가 닿는 모든 공간에서 작은 연결의 실험을 이어가겠습니다.
우연을 기회로, 기회를 구조로 바꿔가는 일. 임팩트얼라이언스에서 배운 이 리듬을 가슴에 품고, 저는 이제 답보다 더 나은 질문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연결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하며,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오래 함께할 수 있는 그 리듬을 만들어가겠습니다.
짧았지만 밀도 높은 한 달의 시간이 긴 여운으로 남습니다. 그리고 이 경험은 앞으로 제가 어떤 곡선을 그려갈지에 대한 질문을 계속 던져줄 것입니다. 정답 대신 더 좋은 질문을 얻었고, 그 질문을 함께 이어갈 동료들도 얻었습니다.
기꺼이 마중물이 되어주신 정웅님과 전조님께 감사드립니다.
임팩스 밖에서의 제 여정도 계속 지켜봐주실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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