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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2025 지속가능 인재전략 컨퍼런스 : 리액트(Re:Act) 시니어 서울

by 임팩트얼라이언스 2025. 11. 27.

초고령화와 AI의 파도 앞, 기업의 생존 방정식은 어디에 있는가?

지난 11월 1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은 평소와 다른 긴장감과 열기로 가득 찼습니다. '초고령화'와 'AI'라는, 얼핏 보면 양립하기 어려워 보이는 두 가지 거대한 파도가 동시에 밀려오는 시점입니다. 이 복합적인 변화 앞에서 조직의 인재 전략은 어디로 향해야 할까요?

단순히 시니어에게 일자리를 제공하자는 복지 차원의 논의가 아니었습니다. 서울특별시가 주최하고 서울시50플러스재단, 대한상공회의소, 서울시립대, 임팩트얼라이언스가 공동 주관한 이번 <2025 지속가능 인재전략 컨퍼런스 리:액트 시니어 서울>은 시니어를 기업의 '핵심 전략 자원'으로 재정의하고, 기업이 어떻게 응답(Re:Act)해야 할지 묻는 탐구의 장이었습니다.

기업 경영진부터 인사 담당자, 그리고 변화의 당사자인 시니어까지 한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댔던 그날의 현장을 생생하게 전합니다.

질문의 전환: '일자리(Job)'를 찾지 말고 '일거리(Work)'를 장악하라

컨퍼런스의 포문을 연 것은 "AI와 초고령화가 다시 묻는 인재 전략"이라는 묵직한 주제였습니다. 첫 번째 기조 발제를 맡은 조성준 서울대 빅데이터AI센터장은 우리가 가진 고정관념을 강하게 타격했습니다.

"기업은 시니어를 내보내려 하고, 정부는 재취업을 시키려 합니다. 힘들게 내보낸 기업이 과연 다시 그들을 고용할까요? 일자리(Job)를 찾는 방식 자체에 회의를 가져야 합니다."

키노트 발제 중인 서울대학교 조성준 교수(좌)와 고려대학교 김광현 교수(우). 사진출처: 서울시50플러스재단

조 교수의 진단은 명쾌했습니다. 기업이 시니어를 내보내는 이유는 고비용 저효율 구조 때문이지만, AI 시대에는 '일자리(Job)'는 줄어들어도 해결해야 할 '일거리(Tasks)'는 오히려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그는 시니어가 기업에 고용되는 것을 넘어, 전문성을 가진 '독립 계약자(Independent Contractor)'로서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1인 기업이나 프리랜서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이때 AI는 시니어에게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과거 팀장으로서 팀원에게 업무를 지시했던 경험이 있는 시니어라면, 이제 AI라는 유능한 팀원에게 질문하고 명령하여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 교수는 "경력이 많은 사람일수록 AI 능력과 결합했을 때 그 임팩트는 곱하기로 수십 배 커질 수 있다"며 시니어의 경험이 AI 시대에 빛을 발할 수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이어 발제에 나선 김광현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조직 내 다양성 측면에서 시니어의 가치를 조명했습니다. 그는 "시니어 인재는 책으로 배울 수 없는 암묵지와 맥락적 판단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특히 리테일이나 제조, 건설 등 숙련 기술이 필요한 분야에서 이들의 경험이 젊은 세대의 혁신성과 결합할 때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두 연사의 메시지는 분명했습니다. 시니어 인재 전략은 시혜적인 차원이 아니라, AI 시대에 기업이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고차방정식이라는 것입니다.

현장의 응답: 기업, 시니어와 다시 일하다

이론적 논의는 2부 '비즈니스 프랙티스' 세션에서 구체적인 현실의 옷을 입었습니다. [애플코리아, 법무법인 율촌, 이지태스크, GS리테일 등 4개 기업의 사례는 각기 다른 방식이었지만, '공존'과 '성장'이라는 하나의 지향점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애플코리아 최보나. 사진출처: 서울시50플러스재단

1. 나이가 아닌 '가치'를 묻다: 애플코리아

애플코리아의 최보나 매니저가 전한 메시지는 간결하지만 강력했습니다. "애플 스토어에서는 시니어라고 해서 별도의 역할로 채용하지 않습니다. 모두가 동등한 '스페셜리스트'입니다."
애플은 나이나 배경이 아닌, 각자의 고유한 경험이 팀과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지를 채용의 기준으로 삼습니다. "Be Yourself(너 자신이 되어라)"라는 가치 아래, 시니어의 풍부한 삶의 지혜와 공감 능력은 고객 경험을 확장하는 핵심 자산으로 인정받고 있었습니다.

2. 빈틈을 메우는 '정서적 안전기지': 법무법인 율촌

법무법인 율촌의 임경아 팀장은 시니어 인턴십을 통해 조직 내 '그레이 존(Grey Zone)' 업무를 해결한 사례를 공유했습니다. 초기에는 젊은 직원들이 기피하는 대관 업무나 단순 관리 업무를 맡기기 위해 시작했지만,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었습니다. 시니어 직원들은 업무뿐만 아니라 젊은 직원들에게 업무 노하우를 전수하고, 심리적인 위로를 건네는 '멘토'이자 '조부모' 같은 역할을 수행하며 조직의 정서적 안정성을 높였습니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설립자의 철학이 실제 조직 문화에 긍정적인 화학 작용을 일으킨 것입니다.

3. 일자리를 쪼개 '일거리'로 연결하다: 이지태스크

조성준 교수가 언급한 '일거리'의 개념을 비즈니스 모델로 구현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시간제 사무보조 매칭 플랫폼 이지태스크의 전혜진 대표는 "결혼이 부담스러우면 소개팅부터 하듯, 일자리도 가볍게 쪼개면 더 많은 연결이 일어난다"고 비유했습니다. 시니어들은 풀타임 고용에 대한 부담 없이 자신의 역량에 맞는 특정 과업(Task)만을 수행하고, 기업은 필요한 순간에 숙련된 인력을 활용합니다. 이는 시니어가 '독립 계약자'로서 사회에 참여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해주었습니다.

4. 속도보다 중요한 '함께 걷기': GS리테일

GS리테일의 양영길 팀장은 도보 배달 플랫폼 '우리동네 딜리버리'를 소개하며 "한국 사회가 그동안 '얼마나 빨리 가느냐'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누구와 함께 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오토바이보다 느리지만, 시니어가 익숙한 동네를 산책하듯 걸으며 배달하는 이 모델은 환경(ESG)과 노인 일자리, 그리고 물류 효율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습니다. 특히 60대 이상 시니어 참여자들의 1인당 수행 건수가 압도적 1위라는 데이터는 시니어 인력의 성실함과 책임감을 증명하는 지표였습니다.

"우리는 준비되었는가?" : 시스템과 인식의 변화

이날 현장을 관통한 핵심 질문은 결국 "그래서 우리는 준비되었는가?"였습니다.

조성준 교수는 "기업은 아직 'Gig Ready(긱 레디)' 상태가 아니다"라고 냉정하게 진단했습니다. 시니어 인재가 외부 전문가로서 기업과 협업하기 위해서는 기업 내부의 지식이 문서화(명시지)되어야 하고, 업무 방식이 '사람 중심'에서 '과업(Task) 중심'으로, 평가는 '노력'이 아닌 '결과'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패널 토론에서 유한킴벌리의 손승우 고문은 "AI가 어린 아이와 같다면, 우리는 그 아이와 대화하며 함께 성장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며 시니어 스스로의 학습 의지를 강조했습니다. 동시에 김광현 교수는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정부와 지역사회가 평생학습과 유연한 고용 모델을 지원하는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흥미로웠던 점은 AI와 시니어의 결합이 일자리를 뺏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산업과 직무를 창출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었습니다. AI 엔지니어링, 데이터 가공, AI 윤리 및 보험 등 시니어의 경험이 필요한 새로운 영역은 있다다는 것입니다.

반응(Reaction)을 넘어 새로운 답(Answer)으로

<2025 지속가능 인재전략 컨퍼런스>는 단순히 성공 사례를 나열하는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초고령화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기업이 취해야 할 '리액트(Re:Act)'가 무엇인지, 그 구체적인 행동 양식을 모색하는 자리였습니다.

이날 확인한 가능성은 분명합니다.
* 시니어는 더 이상 '관리 대상'이나 '복지 수혜자'가 아닙니다. 그들은 AI 시대에 필요한 맥락적 지혜와 책임감을 갖춘 '새로운 전략 자원'입니다.
* 기업은 단순히 정년을 연장하는 것을 넘어, 업무를 '과업' 단위로 재설계하고 유연한 협력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세대 간의 단절이 아닌, '상호 보완'과 '연결'을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제 기업과 시니어, 그리고 우리 사회는 서로의 손을 잡고 새로운 속도로 걷는 법을 연습해야 할 때입니다. 이번 컨퍼런스가 그 연습의 시작점이자,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의미 있는 이정표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이제 공은 우리에게 넘어왔습니다. 여러분의 조직은 시니어라는 자원을 맞이할 준비가 되셨습니까?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지속가능 밋업

이어진 3부는 시니어 창업, 사회공헌, 일자리모델, 사회문제해결 등 각 주제별 분과로 더 밀도있는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1. 콜렉티브 임팩트 워크숍 "협력으로 만드는 새로운 일자리 모델" : 임팩트얼라이언스, 엠와이소셜컴퍼니, 아립앤위립(신이어마켙), 블루버드씨, 비사이드미(리라랩)
#2. 시니어들의 새로운 사회참여 모델로서의 비영리 스타트업 : 다음세대재단, 사단법인 온율
#3. 고령화시대, 성장동력으로서의 시니어 가치 창출 전략 : 상상우리
#4. 시니어창업, 은퇴 인력에서 창업 생태계의 주요 플레이어로 : 서울시립대
#5. AI시대 시니어 일자리 변화와 사회공헌 전략 : UD임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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