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의 임팩트 문법, 우리가 먼저 써 내려갈 수 있을까?
2026년 2월 11일 저녁,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 브릭스에는 캐주얼한 분위기 속에서 맥주와 케이터링을 손에 든 채 자리를 잡은 참석자들이 새로운 질문 하나와 마주했다. "한국과 일본, 가깝고도 먼 두 나라의 임팩트 생태계가 어떻게 서로를 보완하며 '아시아 고유의 문제 해결 문법'을 만들어갈 수 있을까?"
SOVAC Salon과 서울숲 임팩트 밋업이 공동 주관한 이날 행사의 주제는 '체인지메이커의 일본 출장 : 아시아 임팩트 블록의 가능성'이었다. 임팩트얼라이언스, SOVAC, 임팩트확산네트워크가 함께 기획한 자리답게, 이날 무대에 오른 세 연사(엠와이소셜컴퍼니 김정태 대표, 임팩트스퀘어 정재원 매니저,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 정원식 심사역)는 모두 최근 일본 현장을 직접 누비고 온 당사자들이었다. 이날은 함께 경험을 꺼내고, 질문의 위치를 다시 찾는 자리였다.
일본 비즈니스, 먼저 '어느 트랙'인지 정해야 한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엠와이소셜컴퍼니 김정태 대표는 역사 전공자답게, 일본을 문화의 층위에서 먼저 읽는다. 그가 작년 한 해 일본을 여섯 번 오가며 몸으로 체득한 핵심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강렬했다. "거래면 거래처럼 확실하게, 관계면 관계처럼 더 확실하게 가야 합니다. 두 가지를 섞어 가게 되면 시간이 훨씬 더 걸립니다."
거래와 관계, 어느 쪽이 우월한가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내가 어느 트랙을 걷고 있는지를 아는 것, 그것이 일본 비즈니스의 출발점이라는 이야기다. 일본 파트너들은 처음에 대부분 좋다고 한다. 그리고 "검토해 보겠다"고 한다. 그런데 일본 문화에서 "검토하겠다"는 말은 사실상 관심이 없다는 신호에 가깝다. 속마음(本音)과 겉마음(建前)을 철저히 나누는 문화이기 때문이다. 이걸 이중성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일본에서는 상대에 따라 적합한 행동을 하는 것이 결코 문제가 아니다. 그러니 상대의 말에서 진의를 읽어내는 능력이, 일본에서는 비즈니스의 기본 역량이 된다.

신뢰 관계 밖에서는 극도로 신중하고 안에서는 전혀 다른 유연함을 보이는 일본식 일관성. 그가 특히 강조한 것은 "검증된 모험"이라는 개념이다. 일본은 실패를 수치로 받아들이는 문화가 깊게 뿌리내린 사회다. 그래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때도, 안전하다는 확신이 먼저 있어야 움직인다. UN이 선포한 SDGs 배지를 일반 시민들이 달고 다니는 유일한 나라가 일본인 것도, 같은 논리에서 읽힌다. 공신력 있는 기관이 인증했다는 사실 자체가 신뢰의 근거가 된다. 한국 팀이 일본에서 신뢰를 얻으려면, 그 신뢰를 증명해줄 수 있는 레퍼런스와 연결이 먼저라는 것이다.
그래서 김정태 대표가 선택한 전략은 '관계'였다. 10여 년에 걸쳐 쌓아온 일본과의 관계는, 어느 날 예약도 없이 저녁 식사 자리로 초대받는 순간으로 이어졌다. "나중에서야 알게 됐어요. 그게 거래가 아니라 관계 쪽으로 이분들이 초대한 신호였다는 것을." 그 관계는 올해 결실로 이어진다. "90%의 사회문제는 비즈니스로 해결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일본 작가의 책을 한국어로 번역 출판하는 것. 협업이 계약서가 아니라 밥 한 끼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이, 일본 비즈니스의 본질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일본은 시장이 아니다, 파트너다
임팩트스퀘어 정재원 매니저의 발제는 데이터로 시작됐다. 일본 총리가 G7 의장국으로서 임팩트 투자를 공식 아젠다에 올린 2021년 이후, 불과 3년 만에 일본의 임팩트 자본은 약 10조 원 규모로 성장했다. 한국이 10년에 걸쳐 축적한 임팩트 투자 총량이 최대 1조 원 수준에 머무르는 것과 대조되는 수치다.
분명한 것은, 이 숫자가 단순한 격차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은 비교적 잘 구축된 스타트업 생태계와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 많은 창업가들이 있지만 자본이 부족합니다. 일본은 반대로 자본은 충분하지만 스타트업 생태계가 이제 막 성장하는 단계입니다. 지금이 바로 두 나라의 강점이 명확하고, 한계도 보이는, 그래서 협력의 논리가 가장 잘 갖춰진 시기입니다."

정재원 매니저가 소개한 도쿄 스타트업 피치 이벤트는 한일 임팩트 생태계의 현주소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임팩트스퀘어가 참여해온 이 행사는 일본 현지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임팩트 투자사들과 만나는 자리로, 도쿄도가 후원하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행사의 설계 방식이다. 사전 온라인 매칭부터 현장 피칭 중간의 1:1 밋업, 행사 이후 지속적인 연결까지, 단발성 네트워킹이 아니라 투자로 이어지는 구조를 촘촘하게 갖추고 있다. 항공료까지 지원하며 해외 투자사들을 초청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타트업 수가 아직 많지 않은 일본이 자국 기업들에게 글로벌 투자자와 대화하고 협력하는 경험 자체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이 행사를 보며 한국에도 임팩트 생태계를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이런 종류의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정재원 매니저는 임팩트스퀘어 포트폴리오사들의 일본 진출 사례를 구체적으로 공유했다. 전기차 배터리 분리막을 재활용한 기능성 패브릭을 개발하는 라잇루트는 파타고니아와의 공동 기술 개발을 발판으로 일본 시장에서 신뢰를 얻고 있다. 비전AI 기업 딥비전스는 한국에서 실증 기회를 찾지 못했던 기술을 일본 와이너리의 병충해 감지에 적용해 성과를 냈다. 임팩트스퀘어의 해외 투자 사례인 동남아시아에서 가사도우미와 고객을 연결하는 플랫폼 bTaskee는 한국 대신 일본을 선진 시장 첫 진출지로 선택하고, 중장기 IPO를 목표로 현지 기업 인수까지 마쳤다.
"일본은 단순히 우리 상품을 파는 시장이 아닙니다. 한국이 더 큰 시장과 연결되기 위해 경제블록을 함께 만들어가는 파트너입니다." 그가 언급한 홋카이도 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 사업은 그 가능성의 단면이다. 임팩트스퀘어는 현재 일본 법인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은 아시아의 뉴욕이 될 수 있을까
세 번째 발제에서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 정원식 심사역은 다소 도발적인 질문을 화두로 던졌다. 기후테크 투자와 지방균형발전이라는 두 가지 정체성을 가진 그는, 한국이 아시아 임팩트 생태계의 허브가 될 수 있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그가 제시한 논거는 세 가지였다.
첫째, 내수시장의 한계라는 현실적 압박
둘째, 지역 문제 해결은 내부 관점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경험에서 나온 통찰, "지역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국의 관점이 필요하고, 한국 문제를 해결하려면 글로벌 네트워크가 필요합니다."
셋째, K를 레버리지할 수 있는 시대적 기회에 대한 믿음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는 2016년부터 Asia Impact Nights를 통해 글로벌 임팩트 투자자들을 제주에 모아왔다. 작년에는 일본의 임팩트 투자 핵심 재단인 SIIF(SIIF Social Innovation and Investment Foundation)와 함께 도쿄에서 한일 임팩트 투자 리더 40여 명을 모은 교류 행사를 개최했고, 2026년 고베 Asia Impact Nights 공동 개최를 준비 중이다.
"D3라는 하나의 회사가 '한국으로 오세요'라고 하면 공신력이 낮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10년간 이 플랫폼을 만들어온 D3와 일본에서 리더십 있는 SIIF가 함께 부르면, 아시아 전역의 임팩트 자본이 움직입니다."
질문의 출발점을 바꿔야 할 때다. 누가 아시아의 허브가 될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어떤 허브를 만들 것인가로.
애자일(agile)과 신중함은 상충하지 않는다
패널 토크에서 가장 뜨거운 논점 중 하나는 한국의 '애자일'과 일본의 '신중함'이 어떻게 만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두 가지는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장 경험자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김정태 대표는 비유로 설명했다. "일본 파트너의 안방에 들어가서 애자일하게 꽃병 위치를 바꾸자고 하면 당연히 신중해집니다. 하지만 그분들이 가보고 싶었던 새로운 공간에 같이 가자고 하면, 일본 분들도 달라집니다. 안 해본 것에는 실제로 굉장히 빠르거든요." 고향납세제, 복수 주민등록 제도처럼, 일본이 처음 시도하는 영역에서는 한국보다 빠를 때도 있다는 것이다.
정재원 매니저는 실무에서 만난 파트너들이 대부분 해외 경험이 풍부한 분들이었다고 덧붙였다. "일본과 협력할 때 꼭 일본의 전통적 문화 장벽을 온전히 마주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결정까지는 오래 걸려도, 한번 결정이 나면 내재화되고 전파되는 속도는 다릅니다."
현장에서 게스트로 참여한 유디임팩트의 우영승 본부장은 스스로의 경험을 공유했다. 일본 법인 설립 1년차인 그들은 "한국의 것을 일본으로 수출한다는 관점이 아니라, 일본에서 다시 비즈니스를 한다는 마음으로 들어가야 했다"고 말했다. 입찰 결과가 한 달 반 뒤에 나오는 신중함, 오프라인 매출이 여전히 70%인 시장, 이미지보다 설명이 빽빽한 상품 페이지. "같은 것 같지만, 정말 다릅니다."
아직 진행 중인 여정이다
이날 행사를 마무리하며 행사의 모더레이터를 맡은 SOVAC사무국 김소선 매니저가 한 말이 현장의 분위기를 요약했다. "꼭 내년에도 이런 자리를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말에 정재원 매니저는 "일본 법인을 세우고, 스타트업을 넘어 구조를 설계하고, 파트너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겠다"고 답했다. 김정태 대표는 "한국과 일본이 서로 마주보는 것을 넘어, 같은 팀이 돼서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의 벤처 생태계를 함께 챙기는 모습이 되어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행사를 관통한 핵심 메시지는 하나다. 아시아의 임팩트 문법은 영미나 유럽의 것을 번역한 것이 아닌, 우리가 직접 현장에서 만들어가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문법을 쓰기 위해서는, 지금 이 시간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는 일이 먼저다.
현장의 뜨거운 열기는 행사 종료 후에도 긴 네트워킹으로 이어졌다. 이번 밋업은 완결된 답을 내리는 자리가 아니라, 아시아라는 더 넓은 캔버스에 함께 그림을 그려나갈 동료들을 확인하는 시작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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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도자료] 아시아 임팩트 블록의 가능성: 체인지메이커의 일본 출장
🌳 임팩트 생태계의 우정을 만드는 '서울숲 임팩트 밋업(Seoul Forest Impact Meet-up)'은 임팩트얼라이언스 회원사들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 상호호혜(Give First)를 통해 이루어지는 커뮤니티 모임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때론 다른 임팩트 커뮤니티와 콜로보 밋업을 진행하곤 합니다😊 진정성이 탁월함이 되도록 서로 도우며 느슨하게 함께 만나요!
🌏 이번 밋업은 아래 회원사가 호혜의 마음으로 함께 하였습니다.
✅ 공간 : 헤이그라운드 브릭스
✅ 콘텐츠 : 임팩트확산네트워크(소셜임팩트뉴스), 임팩트스퀘어
✅ 케이터링 : 소녀방앗간
✅ 발제 : 엠와이소셜컴퍼니, 임팩트스퀘어,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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