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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SOVAC 비즈니스 네트워킹 #임팩트XICTX개발자 (26년 9월)

by 임팩트얼라이언스 2026. 10. 21.

"오래 가는 기술, 오래 가는 동료"

9월 21일 오후 4시, '학습 데이터에는 없는 ‘진짜’ 문제들, 현장에 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ICT 콤플렉스와 임팩트얼라이언스가 공동 주최한 비즈니스 네트워킹 세션이 열렸다. 임팩트 생태계 종사자와 개발자가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필요를 나누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기획의 출발점은 양쪽에서 들려온 서로 다른 목소리였다. 임팩트 조직들은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예산도, 시간도, 접근 방법도 모르겠다고 했다. 현장에는 데이터가 계속 쌓이는데 그것을 문제 해결에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하다는 이야기도 많았다. 반대로 개발자들은 도구는 날마다 좋아지는데, 그 도구로 어떤 문제를 풀 수 있는지 알려줄 도메인 지식에 목말라 있었다. 기술은 있는데 문제를 모르고, 문제는 있는데 기술을 모르는 두 그룹이 만나면 무엇이 가능할까. 이날 세션은 이 질문에서 시작됐다.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다섯 명의 조직으로

이대호 대표는 이 자리에서 만난 사람들이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될 수도 있으니, 직장인들의 사이드 프로젝트로 출발해 지금은 다섯 명이 일하는 조직이 된 계단뿌셔클럽의 경험을 "결혼식 주례처럼" 들려주겠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계단뿌셔클럽의 비전은 '이동약자와 그 친구들의 막힘없는 이동'이다. 이들이 풀려는 문제는 이동약자가 느끼는 심리적 장벽, 그중에서도 정보의 불확실성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지도 서비스에는 이동약자들이 '내가 그곳에 갈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접근성 정보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접근성 정보 중심으로 탐색할 수 있는 앱을 만들고, 관심 있는 사람들과 함께 정보와 콘텐츠를 만드는 커뮤니티를 운영한다. 서비스만으로는 정보가 저절로 모이지 않기 때문이다.

계단뿌셔클럽의 시작은 자연스럽게 하게 된 사이드프로젝트였다. 휠체어 사용자인 박수빈 공동대표와 이대호 대표는 모빌리티 스타트업 타다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였다. 식당에 가고, 카페에 가고, 회식을 하면서 몇 년을 함께 보내다 보니 주변 동료들까지 자연스럽게 접근성 문제의 당사자가 됐다. 2021년 4월 동료와 지인들이 모여 킥오프를 했고, 주말과 평일 저녁을 쪼개 10월쯤 웹서비스를 출시했다. 그는 스스로 "특별한 기술이 없는 사람"으로서 동료들을 응원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했다.

8개월쯤 하고 끝낼 생각이었던 단기 프로젝트는 아쉬움 끝에 2022년 '시즌제'로 이어졌다. 몇 월부터 몇 월까지, 어떤 목표와 마일스톤으로 할지 미리 정하고, 시즌마다 구성원의 참여 의사를 묻고 빈자리를 새로 채웠다. 이후 두 공동대표가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하면서 풀타이머와 사이드 프로젝터가 섞인 시기가 왔다. 기여도의 차이가 생기면서 조율이 어려워졌고, 사람을 더 모은다고 일이 더 잘되지 않는 구간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이 과정에서 얻은 교훈은 세 가지로 정리됐다. 첫째는 기한과 목표를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시작하는 것이다. 그는 특히 '기한'에 동그라미를 치라고 강조했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려는 사람은 대개 일상의 활력소를 원하는 것이지, 본업에 영향을 줄 만큼 삶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아무리 좋은 취지가 있더라도, 내 삶에 불확실성을 조금 더 늘리는 걸 선호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목표 역시 마찬가지다. 공익적인 활동일수록 세상의 문제가 크고 많다 보니 과대한 목표를 세우기 쉽다. 과소한 목표를 세우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두 번의 실패를 거쳐 더 현실적인 목표를 세울 수 있을 때 좋은 프로젝트가 시작된다는 것이 그의 경험이다.

효능감을 설계하고, 서로 보고 싶은 사이가 되어라

둘째는 함께하는 동료들이 문제 해결의 효능감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계단뿌셔클럽은 의도적으로 팀원들이 효능감을 느낄 시간을 만들었다. 기능을 개발하면 실제 사용자들이 참여하는 문제 해결 활동에 동료들이 직접 참여자로 나가고, 피드백을 나누고, 회식을 하는 순서를 중간중간 배치하는 식이다. 마일스톤만 깨나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드물고, 결국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보람이기 때문에 그 보람을 어떻게 경험하게 할지를 프로젝트 리더가 깊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제일 중요하다"고 꼽은 마지막 교훈은 서로 보고 싶은 사이가 되는 것이었다. 계획을 잘 세워도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생기고, 그 변동성을 누르고 목표를 달성하려면 결국 투입 시간을 늘려야 한다. 돈을 더 들일 수 없는 상황에서 가장 건강한 동기는 서로를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계단뿌셔클럽이 사이드 프로젝터들로 꾸려졌던 시기에는 시즌이 끝나면 함께 여행을 가고, 강릉 같은 곳에 숙소를 잡아 '해커톤'이라는 이름으로 14시간쯤 일하고 2시간쯤 노는 시간을 자주 가졌다.

"그러다 보면 동료를 넘어서 친구의 관계가 생기고, 서로 자꾸 만나고 싶고 보고 싶어집니다. 회사 일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긴장이 덜한 관계가 되다 보니 많은 시간을 투입하는 게 가능했던 것 같아요."

2년 이상 제대로 쓰일 수 있는가

두 번째 발제자인 누구나데이터 김자유 대표는 임팩트 조직에서 오래 가는 프로덕트를 만드는 전략을 이야기했다. 누구나데이터는 고객의 90% 이상이 비영리 조직인 회사로, 국내 비영리 조직들이 모금 페이지와 홈페이지를 만들 때 많이 쓰는 웹빌더 '캠페이너스'와, 유입된 트래픽이 실제 후원으로 이어졌는지 분석해 주는 리포트 서비스를 운영한다. 도구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에 책을 내고 교육과 세미나도 꾸준히 해왔다. 이날 사전 공개한 모금 AI '널리'는 곧 출시를 앞두고 있다.

무인자동차를 만드는 공학도를 꿈꿨던 그는 졸업 직후 시민단체에 들어갔지만, 어릴 적 적성은 "어디 도망가지 않았다"고 표현했다. 그곳에서도 온라인 마케팅과 홍보를 맡다가 비영리 조직에 이런 역량이 절실하다는 것을 알고 회사를 세웠다. 창업 때부터 지금까지 그가 팀원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적정 기술'이다. 비영리 조직의 프로덕트를 만들 때 적정기술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근거로 든 것은 숫자였다. 임팩트 조직 채용공고가 가장 많이 올라오는 오렌지레터의 3년치 공고를 분석해 보니 기술 직군은 0.6%에 불과했다. 1년에 한두 건 될까 말까 한 수준이다. 이는 임팩트 조직이 기술 인력과 함께 일해 본 경험도, 기술이 가져올 효용을 체감해 본 경험도 적다는 뜻이고, 그만큼 설득의 과정이 많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적정 기술 소프트웨어의 요건은 무엇일까. 상상을 초월할 만큼 쉬워야 하고, 저렴해야 하고, 유지보수가 쉬워야 한다. 그는 이 모든 것을 하나의 질문으로 묶었다. 이 기술을 조직에 도입했을 때 2년 이상 제대로 쓰일 수 있는가. 1년은 지원사업으로라도 어떻게든 버틸 수 있지만, 2년쯤 되면 기금이 끊기거나 담당자가 바뀌고 효용에 대한 평가가 시작된다. 그 고비를 넘기는 프로덕트는 정말 드물다고 했다.

새로 만들 생각을 버려라

김자유 대표가 제시한 구체적 원칙은 단호했다. 기능 요구사항을 그대로 받아 만들면 대부분 실패한다. 기술 기반으로 일해 본 적 없는 조직이 요구사항을 명료하게 정리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내가 그 조직의 대표라는 생각으로 이 일의 의도를 깊이 파고들어야 정확한 요구사항을 끌어낼 수 있다. 기능은 "이 정도면 괜찮지 않나" 싶은 수준도 이미 많은 것이고, 더 이상 뺄 수 없을 때까지 덜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새로운 걸 만들 생각을 완전히 버리라'고 강조했다. 별도의 어드민이나 새로운 플랫폼을 도입하는 순간 실패 확률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구글 워크스페이스나 내부 메신저처럼 이미 쓰고 있는 업무 도구 위에서 돌아가도록 연동해야 하고, 가능하다면 유지보수를 책임지는 것이 가장 좋다. 누구나데이터는 적당한 가격을 받고 평생 유지보수를 해 주는 방식을 택했다.

마지막으로 한 사람만 쓰는 도구는 위험하다. 작은 조직에서 담당자 한 명이 2년 안에 퇴사할 가능성은 과반이 넘고, 그러면 프로덕트도 함께 사라진다. 그래서 누구나데이터는 반드시 한 조직에서 두 명 이상이 사용자가 되도록 설계한다. 그는 AI로 인한 "문명사적 전환의 시기"에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크게 늘었다며, 비영리 조직은 새로운 방식의 문제 해결에, 기술자들은 자신의 기술이 큰일에 쓰일 수 있다는 점에 관심을 가져 달라는 당부로 발제를 마쳤다.

기술보다 먼저 막히는 곳

발제 이후에는 연사와 함께 둘러앉아 Q&A와 네트워킹을 진행했다. 두 명의 연사와 함께 비영리 IT 지원 기관과 사회적협동조합의 실무자, 개발자, 디자이너, 지역 봉사자 등이 둘러앉았다.

비영리 단체와 기술 자원을 연결하는 비영리IT지원센터 정지훈 이사는 중간에서 가장 크게 느끼는 어려움으로 '갭'을 꼽았다. 단체에 현황과 데이터 구축 상태를 물어보면, 많은 자료가 종이 문서나 한글 파일로 남아 있어 개발자들이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기초가 갖춰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데이터에 대한 이해도의 차이가 의사소통의 벽이 되고, 돕겠다고 들어오는 이들도 그 간극이 이 정도인 줄 모른 채 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AI로 시각장애인의 디지털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시공간 팀의 한 참석자는 기술적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 자체는 쉬워졌지만, 비장애인이 만든 서비스가 정말 장애인에게 맞는지는 당사자의 피드백이 있어야 알 수 있는데, 그 피드백을 충분히 얻기가 어렵다는 고민을 나누었다.

이대호 대표는 이 고민에 공감하며 솔직한 답을 내놓았다. 주변에 당사자가 없다면 빠르게 해결이 어려운 문제라는 것이다. 복지관에 연락해도 반응은 냉랭할 가능성이 크다. 과제나 지원사업 때문에 찾아와 의견을 받아 간 뒤 금방 사라진 서비스를 너무 많이 겪었다 보니, 이 팀이 얼마나 오래, 얼마나 진지하게 할 수 있는지 평가하게 되기 때문이다. '의견을 주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게 첫사랑이 아닌' 것이다.

그는 미디어를 통해 문제를 인식하고 접근하면 해결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진정성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자신이 지금까지 이 일을 하는 이유도 휠체어를 쓰는 친구와 함께 시작했기 때문이고, 그래서 굳이 사용자를 찾을 필요 없이 "우리가 겪는 문제"를 풀면 됐다는 것이다. 꾸준히 하고 싶은 일은 내 주변에서 찾는 것이 유리하고, 그러려면 친구가 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는 이야기는 발제의 마지막 교훈과도 맞닿아 있었다.

AX 이전에 DX, 그리고 진짜 쉬워야 한다

돌봄 현장의 문제를 기술로 풀고 있는 예이린 사회적협동조합의 윤상현 CTO는 모두가 AX를 이야기하지만, 그 전에 DX부터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재원을 쓰는 사업의 지출 증빙은 여전히 한글 파일이나 수기 서류로 남아 있고, 오래전부터 전산화된 연구개발 분야와 달리 돌봄 현장에는 그런 시스템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예이린은 업무 플랫폼과 전자서명 등을 직접 만들었지만, 평균 연령대가 높은 종사자들을 위해 교육과 특강을 계속 이어가야 했다. 기술 구현에서 그치지 않고 현장의 문화 전반을 함께 끌어올리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로 쉬워야 할까. 이 질문을 넘겨받은 김자유 대표는 어렵다는 것의 실체가 사실은 '익숙하지 않음'이라고 짚었다. 익숙한 것은 기존에 하던 프로세스와 쓰던 도구다. 그래서 누구나데이터는 데이터 분석 솔루션을 만들면서도 해가 갈수록 난이도를 내렸고, 마지막에 도달한 곳은 카카오톡이었다. 그는 지난 2~3년간 스스로를 "카톡 예찬론자"였다고 표현할 만큼, 많은 디지털 전환을 카톡을 통해 진행했다고 했다.

지역에서 봉사를 하며 기술을 공부하고 있다는 한 참석자는 계단뿌셔클럽 활동에 참여하며 얻은 결심을 들려줬다. 내 기술이 부족해도 우리 동네나 사회에서 좋은 의제를 찾으면, 주변의 기술자들이 우정으로 붙어 함께 해결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다. 그래서 지금은 그런 의제를 찾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했다. 자신의 기술이 필요한 곳을 어디서부터 찾아야 할지 모르겠다던 백엔드 개발자의 고민과 나란히 놓고 보면, 이날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공통으로 찾고 있던 것은 결국 '연결'이었다.

기술은 있는데 문제를 모르고, 문제는 있는데 기술을 모르던 두 그룹. 이날 두 연사가 공통으로 건넨 답은 의외로 기술 바깥에 있었다. 2년을 버티는 프로덕트도, 시즌을 넘어 이어지는 프로젝트도, 결국 그것을 함께 쓰고 함께 만드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 위에서 오래 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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