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이들의 연대이자 안전망
    임팩트얼라이언스
notice

[후기] SOVAC 비즈니스 네트워킹 #임팩트X브랜딩XAI (26년 9월)

by 임팩트얼라이언스 2026. 10. 23.

AI가 먼저 읽는 세상에서 사람이 지켜야 할 일

9월 22일 오전 11시, 제3회 대한민국 사회적가치페스타에서 'AI시대에 일의 본질을 다시 찾아야 한다면?'이라는 주제 질문을 가지고 SOVAC 비즈니스 네트워킹 세션이 열렸다. "굉장히 모순적이다." 모더레이터를 맡은 서현선 임팩트얼라이언스 파트너는 이 말로 세션을 열었다. 큰 행사장 한가운데서 적은 사람과 깊은 대화를 나누려고 만든 자리라는 점이 그랬다. AI 시대의 변화에 어떻게 적응할지 고민하면서도 변화를 어떻게 만들어 갈지 함께 고민한다는 점도 그랬다. 그러나 그는 이 모순이 사회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동력이라고 했다. 사회가 그저 흘러가게 두고 싶지 않은 마음과, 그 사회를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함께 있다는 것이다.

AI는 조직의 크기나 직급과 상관없이 모두에게 비슷한 고민을 안긴다. 그리고 그 고민의 답을 아직 아무도 모른다. 그는 이것을 '고민의 평등'이라고 불렀고, 그 평등함 위에서 대화해 보자고 제안했다. 이 날 연사는 홍보 커뮤니케이션 회사 도모의 송지연 이사와 소셜섹터 뉴스레터 '오렌지레터'와 임팩트 커뮤니케이션 솔루션 '오렌지 임팩트'를 운영하는 마이오렌지의 이명희 임팩트 부문 대표였다. 

"수신자 자체가 바뀌는 건 처음이다"

송지연 이사는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한 사람이면 누구나 처음 배우는 SMTCR 이론(송신자–메시지–채널–수신자–효과)에서 출발했다. 메시지 형식과 채널이 1~2년 만에 바뀌는 일은 이 업계에서 익숙하다. 하지만 수신자가 바뀌는 일은 처음이라고 했다. 이제 메시지는 사람에게 닿기 전에 AI 에이전트가 먼저 걸러 낸다. 그는 이것이 커뮤니케이션 업이 새로 적응해야 할 '뉴노멀'이라고 했다.

도모도 업무 방식을 바꿨다. 리서치와 초안 작성처럼 주니어가 주로 맡던 기본 작업은 AI와 함께 속도와 효율 위주로 처리한다. 맥락을 판단하는 일, 문서를 내보낼지 결정하는 일, 미디어와 관계를 맺는 일처럼 책임이 따르는 일은 사람이 깊게 다룬다. 다만 그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AI와 경쟁해서 이길 수 있을까요?”, "나는 AI보다 필요 없는 사람 아닌가요?"

송 이사는 올해 8월 유럽에서 발효된 AI 투명성 법을 예로 들며, “AI가 아무리 많은 일을 하더라도 사람이 해야 할 일은 존재한다”고 이야기했다. 해당 법안은 AI가 만든 콘텐츠는 그렇다고 밝혀야 하고, 사람이 검토하고 관리했다는 증거가 있어야 문제없이 공개할 수 있는 법이다. 그래서 도모는 경쟁보다 '보람'에 주목했다. AI를 잘 쓰는 것 자체가 조직의 목표는 아니다. 조직의 진짜 목표를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뤘다는 보람을 구성원과 함께 만드는 것이 AI 환경에 적응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모두가 같은 속도로 달릴 수는 없다

조직은 생각만큼 빨리 움직이지 않는다. 도모는 그래서 레이어를 나눴다. "저희는 문과 덩어리"라고 표현할 만큼 문과가 많은 조직에서 AI를 비교적 빨리 익히는 사람들을 모아 ‘AI/AX 히어로 그룹'을 만들었다. 이 그룹이 먼저 변화를 받아들이고 다음 레이어에 전파한다. 2000년부터 쌓인 구글 드라이브 원자료를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도모만의 SaaS를 만드는 일이 이들의 미션이다. 생각을 실제로 구현할 수 있도록 개발자도 새로 뽑았다.

외부로는 직접 매체를 운영하는 방법을 택했다. AI가 가져갈 정보를 최대한 많이, AI가 가져가기 좋은 형태로 내놓아야 한다는 판단이다. 4년 가까이 운영해 온 ESG.ONL을 GEO(생성형 엔진 최적화)에 맞게 전면 개편했고, 5월에는 GEO 매거진도 열었다. 그 결과 도모의 기사가 AI 검색 결과에서 상위 5위 안에 드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고 했다.

송 이사는 AI 답변 1,000개 가운데 84.8%는 아직 상위권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미국 조사 결과도 소개했다. 작은 조직이나 신생 브랜드도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있다는 뜻이다. 그가 중소 규모 조직에 건넨 제안은 세 가지였다. 규모보다 선명함, 일회성 캠페인보다 축적, 도구보다 사람이다. “AI는 큰 조직의 규모보다 어떤 이야기를 뾰족하게 하는가에 더 반응한다.”

"내가 그리지 못하는 일은 AI도 그리지 못한다"

이명희 대표는 오렌지임팩트로 만든 임팩트 리포트를 보여 주며 시작했다. 연구원이나 컨설턴트로 일하던 시절에는 세 달의 시간, 수천만 원의 비용이 들던 작업이다. 지금은 한 달이면 되고, 대부분 혼자 한다. 사업을 기획하는 단계에서 5분 만에 '내년에 받게 될 임팩트 리포트'를 미리 볼 수도 있다. 임팩트 리포트가 지난 성과를 보여 주는 문서이면서, 앞으로 갈 길을 보여 주는 도구가 되는 셈이다.

1년 반 동안 AI와 일하며 그가 배운 첫 번째는 이것이었다. "내가 머릿속으로 그리지 못하는 일은 AI도 그리지 못한다." 임팩트 리포트에 무엇을 담을지 정하려면 누가 읽을지, 그 사람이 왜 읽는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이 작업은 AI가 대신 해줄 수 없다. 그는 리더들이 흔히 놓치는 내부 커뮤니케이션도 강조했다. 임팩트 측정은 데이터 수집까지 이어지는 긴 여정이라 구성원의 동의와 합의 없이는 시작할 수 없다는 것이다.

AI에게 맡기는 일과 사람이 잡고 가야 하는 일도 구분했다. 비정형 데이터의 수집·정리·태깅, 엑셀 데이터 정리, IRIS+나 SDGs 지표 매칭, 팩트 체크는 AI의 몫이다. 숫자 뒤에 있는 맥락을 읽는 일은 사람의 몫이다. 예를 들어, '우아한 사장님 살핌기금'이 외식업주에게 지원한 생계비 290만 원은 그 자체로는 많은지 적은지 알 수 없지만, 이들의 평균 소득이 240만 원이었다는 맥락이 붙으면 의미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오늘 이 장표도 AI가 만들었지만, AI가 만들어서 틀렸다고 말하지 않는다. AI가 만든 결과물도 이제 내 책임 범위 안에 있기 때문이다."

그는 산출물이 넘쳐나 읽기도 전에 피로해지는 시대에는 ‘What’만큼 ‘Flow’를 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독자가 어떤 맥락에서 받아들일지를 설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데이터 역시 정성이라고 했다. 어떤 데이터를 모을지 합의하는 일부터가 정성이고, 변화를 보여 주려면 사업을 설계하는 시점부터 데이터를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장표에는 이렇게 적었다. "사업의 본질에 더 솔직하고, 사람에게 더 로맨틱해지자." AI가 해 줄 수 있는 일은 맡기고, 그만큼 사람에게 말을 거는 시간을 늘리자는 제안이었다. 단, 그러려면 조직이 그 여유를 믿어 줘야 한다.

"이번 변화는 우리가 스스로 정의해야 했다"

서 파트너는 대담을 시작하며 송지연 이사에게 물었다. 커뮤니케이션이 업인 도모에게도 이 변화가 무엇을 뜻하는지, 업무에서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인데,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 무엇을 했고, 조직 차원에서는 어떻게 대응했느냐는 질문이었다.

송 이사는 "질문을 듣는 동안 도모가 겪은 고난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며 웃었다. 트렌드를 읽는 것이 도모의 일이지만, 이번 변화는 다른 변화보다 훨씬 크고 무겁게 다가왔다고 했다. "우리가 존재하는 방식 자체가 바뀔 것 같다"는 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매체가 바뀌면 메타나 구글 같은 플랫폼이 먼저 가이드를 줬는데, 이번에는 그런 가이드 없이 도모가 변화를 스스로 정의해야 했다. 그래서 먼저 상황을 이해하는 일부터 했다. 대표와 송 이사는 AI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사람들, GEO를 남들보다 먼저 고민하던 조직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다음은 "모두가 같은 속도로 움직일 수는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일이었다. 현업을 하면서 변화를 따라갈 수 있는 자원과 역량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도모는 직급과 경험에 따라 변화의 속도가 다르다는 사실을 그대로 인정하고, AI 학습 속도가 빠른 '히어로 그룹'을 먼저 꾸려 변화를 이끌 힘을 모았다. 상반기에는 이 그룹 안에서 변화를 만들었고, 하반기에는 그것을 조직 전체에서 실체화하는 중이다.

실무자보다 업무를 설계할 자유가 큰 대표는 지난해 연말 AI하고만 일하는 기간과 AI를 전혀 쓰지 않는 기간을 번갈아 두며 스스로를 실험하는 과정을 거치기까지 했다. 그 경험은 상반기에 조직 차원의 변화를 설계하는 바탕이 됐다. 구성원의 보람을 어떻게 지킬지, 서로 다른 속도를 어떻게 감당할지, 앞서가는 그룹의 역량을 조직이 어떻게 인정하고 업무로 만들어 줄지를 고민하는 계기였다. 

'혼자 해도 충분하다'는 생각에서 AI 동료와 함께하기까지

이명희 대표에게는 '다른 조직과 사람을 돕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 AI는 어떤 새로운 협업을 가능하게 했나'는 질문이 돌아갔다. 이 대표는 처음에는 "AI 없이 나 혼자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조성도 대표가 "앞으로 AI 아닌 걸로는 하지 말자"고 선언했고, 처음에는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고 한다. 그는 "나한테 테스트해 봐라, 내가 소셜섹터의 표준형 인간이다, 내가 귀찮으면 다들 귀찮은 거다"라고 맞섰다. 개인적인 일조차 AI에게 잘 묻지 않을 만큼 AI와 거리를 두던 사람이었다.

생각이 바뀐 계기는 마이오렌지의 AI 에이전트 '오구'였다. 일반적인 AI 도구에서는 프로젝트 방에서 나눈 대화의 맥락이 그 대화가 끝나면 사라지지만, 오구는 마이오렌지가 어떤 일을 하는지, 이명희가 어떤 판단을 하는지를 안에 쌓아 둔다. 점점 오구는 도구라기보다 의견을 나누는 동료에 가까워졌고, 최근에도 그는 동료에게 의견을 묻듯 오구에게도 "네 관점에서 장단점을 말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AI를 사용하자 일의 속도가 달라졌다. 예전에는 컨설팅을 한 달에 두 건 정도 했던 반면, 최근에는 한 달에 30회가 넘는 컨설팅을 했고, 검토한 변화이론은 20개가 넘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것이 AI 혼자 만든 결과가 아니라고 했다. AI로 임팩트 프레임워크를 만들 수 있게 최적화된 기술이 내부에 계속 쌓이고 있고, 현장의 언어와 도메인을 아는 사람과 개발할 수 있는 사람이 붙어서 일한다. 그 시너지가 속도를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 변화를 "판단과 속도"라는 두 단어로 정리했다.

지도 대신 나침반

마지막 질문은 연사들이 고른 인간적인 단어로 돌아갔다. 송 이사는 보람을 두 층위로 설명했다. 하나는 AI와 일하는 구성원의 기여를 조직이 알아봐 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새로운 것을 먼저 알고 나눌 때 느끼는 스스로의 만족이다. 선명성은 "부모님도 우리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조직이 지금의 자신을 작게 쪼개 정의하고 알리는 일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자신이 번역한 책의 한 대목으로 답했다. 지도를 들면 가장 효율적인 길을 찾을 수 있지만 새로운 길은 찾지 못한다. 새로운 길을 찾으려면 나침반을 들어야 한다. 알고리즘 밖으로 나가 사람을 만나고 상상력을 키우는 것이 그가 말한 '로맨틱'이다. 나침반의 N극을 어디로 둘지 알려면 우리가 진짜 원하는 것, 미션에 정직해야 한다. 그는 소셜섹터에 수사가 많다며 "조금 더 담백하게, 수사 없이" 말해 보자고 덧붙였다.

AI 시대의 커뮤니케이션을 이야기하는 자리였지만, 남은 키워드는 보람, 선명함, 정직함, 로맨틱이었다. 수신자가 바뀌어도 무엇을 말할지 정하고 그 말에 책임지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