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 22일 수요일 오후,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 지하 1층에 임팩트 생태계의 다양한 목소리들이 모였습니다. 임팩트얼라이언스, KIIN, 임팩트확산네트워크, 임팩트서클, 서울소셜벤처허브를 비롯한 여러 조직이 공동으로 준비한 이날 행사의 제목은 <임팩트 써밋 #임팩츠측정 "임팩트 측정이 전략이 되려면">이었습니다.
임팩트 측정(IMM, Impact Measurement & Management)은 이제 단순한 보고 도구가 아니라, 이해관계자와 신뢰를 쌓고 함께 전략을 세우는 ‘공통 언어’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숫자의 정확성만 강조한 뒤늦은 보고 방식은 현장에서의 빠른 의사결정을 막고, 데이터가 조직 안으로 살아 들어오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곤 합니다. 앞으로는 복잡한 지표와 화려한 수치보다, 즉시 공유하고 관리할 수 있는 핵심 지표를 통해 문제 해결 과정을 실시간으로 조정하고, 협력 네트워크 전체에 신호를 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거에는 “우리는 이런 사회적 가치를 추구합니다”라는 사회적 미션 선언만으로도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투자자, 기부자, 파트너뿐 아니라 내부 구성원까지도 실제로 측정된 데이터로 명확한 임팩트 증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좋은 일을 한다(doing good)’는 차원을 넘어, ‘어떻게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가(solving problems)’를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는 뜻입니다.
결국 우리가 직면한 질문은 하나입니다.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사회 문제를 풀어가고 있는가?” 이번 임팩트 써밋은 측정을 단순한 절차나 보고서가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한 본질적인 도구로 바라보는 자리입니다. 측정은 일을 늘리는 부담이 아니라, 우리 조직이 가진 내러티브를 증명하고 그 방향을 선명히 보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제 임팩트 측정은 ‘정확성’보다는 ‘즉시성’을 지향해야 합니다. 사회 문제 해결의 시급성을 고려할 때, 느리지만 정밀한 측정보다, 빠르고 의미 있는 데이터를 통해 의사결정과 실행을 앞당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할 때 임팩트 측정은 신뢰를 쌓고 문제 해결의 길을 안내하는 전략적 자산이 되며, 조직의 일상적인 경영 활동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백미러를 보며 목적지에 갈 수 있을까
임팩트얼라이언스 박정웅 팀장은 인상적인 질문으로 행사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백미러만 보면서 목적지에 갈 수 있을까?" 평가와 보고라는 후행 지표만으로는 사회 문제 해결의 속도를 높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는 질문의 출발점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임팩트 측정은 목표가 아니라 방법론입니다.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일까가 중요합니다.
현장에는 IMP, IRIS+, SPC(사회성과인센티브), B corp, SVI 등 다양한 측정 지표들의 스펙트럼이 제시되었습니다. 왼쪽에는 측정, 오른쪽에는 평가, 아래에는 합의, 위에는 공시. 각 지표는 목적에 따라 다르게 활용됩니다. 측정은 개선을 위한 것이고, 평가는 보상을 위한 것입니다. 하지만 본질은 하나입니다. 사회 문제 해결을 가속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는가.

이날 공유된 사례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미국의 커뮤니티 솔루션스(Community.Solutions)였습니다. 이 조직은 주거 취약계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시간 대시보드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1년에 한 번 성과를 보고하는 것이 아니라, 매달 개인별로 홈리스 상태를 체크하고 필요한 자원을 배분합니다. 164개 커뮤니티에서 15개 지역이 홈리스를 '기능적으로 종식'시켰다고 선언할 수 있었던 배경입니다. 이들은 학술적 개념이 아닌 자신들의 언어로 측정 방식을 만들고, 그 방법론에 자신들의 이름을 붙였습니다.
"측정을 도구로 보자. 조사하기보다는 선언하기. 너무 겸손하지 말고 조직적 자존감을 가지자. 우리 하는 일이 중요하고 필요하고 잘하고 있다면, 우리의 방법을 선언하면서 문제가 해결되고 있다는 증거를 보여주자."
이날 행사를 관통하는 첫 번째 메시지였습니다.
13년의 여정: 임팩트 측정의 진화
키노트를 맡은 임팩톨로지(임팩트스퀘어 기업부설연구소) 윤남희 이사는 13년간의 경험을 솔직하게 풀어냈습니다. "임팩트 측정 써밋에 이렇게 많은 분이 빨리 신청하신 건 처음 봅니다. 관심의 표현인지, 마케팅 능력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분야가 진화하고 변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2012년, 한국가스공사와 함께한 첫 프로젝트는 단순한 연탄 나르기 봉사활동을 에너지 효율 개선 사업으로 전환하는 것이었습니다. 난방 장비를 교체하고 가스 설비를 개선하면서 에너지 효율이 증가했고, 가계 소득도 늘어났습니다. 더 나아가 취약계층을 고용하면서 고용 창출 효과까지 만들어냈고, 이를 화폐로 환산했습니다.
그해 백범 김구 기념관에서 발표했을 때 반응은 양분되었습니다. "우리 사장님도 좋아할 것 같다"는 목소리와 "고귀한 사회적 가치를 화폐 따위로 말할 수 있냐"는 비판이 공존했습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임팩트 측정에 대한 관점은 크게 달라졌습니다. 화폐화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 다양한 측정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모두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윤남희 이사는 임팩트 측정의 여정을 단계별로 설명했습니다. 초기에는 화폐화가 주를 이뤘고, 이후 사회적 가치 지표가 등장했으며, 최근에는 ESG와 연계된 측정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측정은 단순한 보고를 넘어 전략적 도구로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측정 데이터를 임팩트를 증명하는 도구로만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전략을 만들고 내부 의사결정을 하는 데 활용해야 합니다." 측정은 과거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길을 찾고 행동을 이끄는 도구
트리플라잇 이은화 대표는 더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임팩트 측정은 학습과 개선을 위한 전략 언어입니다. 명확하고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위한 공통 언어이기도 합니다."

그는 변화 이론(Theory of Change)을 강조했습니다. 투입-활동-산출-결과-임팩트로 이어지는 논리적 흐름을 만들고, 각 단계에서 무엇을 측정할지 명확히 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형식적인 틀에 갇혀서는 안 됩니다. 조직마다 해결하려는 문제가 다르고, 접근 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측정 데이터는 조직 내부의 학습 도구이자, 외부 파트너와의 협력 언어입니다.
데이터가 쌓이면서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무엇을 조정해야 하는지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측정은 일회성 보고서가 아니라 지속적인 네비게이션이어야 합니다.
멘토리 권기효 대표는 공공 영역과의 협력에서 성과 측정의 중요성을 역설했습니다. "관(官)의 지속가능한 협력을 이끌어내려면 성과를 명확히 보여줘야 합니다. 하지만 공공 영역의 지표와 우리가 실제로 측정하고 싶은 지표 사이에는 간극이 있습니다."
그는 공공 영역이 요구하는 정량적 지표를 충족하면서도, 조직이 진정으로 만들고자 하는 변화를 측정하는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보고서를 위한 측정이 아니라, 실제로 문제 해결의 진전을 확인하고 자원을 효과적으로 배분하기 위한 것입니다.

AI와 함께 만드는 문제 해결의 언어
마이오렌지 조성도 대표는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임팩트의 정당화, 이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증명하고, 이해관계자들과 신뢰를 쌓아야 합니다."
그는 AI 기반의 임팩트 빌더를 소개하며, 측정의 접근성이 높아져야 한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소수의 전문가가 며칠을 고민할 일을 누구나 몇십 분 만에 시작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더 많은 사람이 좋은 아이디어를 구체적인 사업으로 발전시키고, 사회 전체의 임팩트 총량이 커질 수 있습니다."

변화 이론을 스스로 작성하기 어려운 조직들도 AI와의 대화를 통해 프레임워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질문에 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업의 논리 구조가 만들어지고, 어떤 성과를 측정해야 하는지 명확해집니다. 이는 단순히 도구의 편리함을 넘어, 임팩트 측정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는 시도입니다.
또한 데이터 공유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우리 생태계가 발전하려면 각자가 가진 데이터를 공유하고 함께 활용해야 합니다. 유사한 프로젝트의 데이터가 쌓이면, 성과 목표치를 더 현실적으로 설정할 수 있고, 효과적인 전략을 학습할 수 있습니다.
측정은 여정이다
행사를 관통한 핵심 메시지는 명확했습니다.
첫째, 임팩트 측정은 평가 도구가 아니라 실시간 네비게이션이어야 합니다. 백미러가 아닌 전방을 보면서, 문제 해결의 속도를 높여야 합니다.
둘째, 측정은 정확성보다 즉시성이 중요합니다. 완벽한 데이터를 기다리다가 문제 해결의 기회를 놓치는 것보다, 신속하게 데이터를 수집하고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것이 낫습니다.
셋째, 조직적 자존감을 가지고 우리의 방법론을 선언해야 합니다. 학술적 정의나 공시기준에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해결하려는 문제에 맞는 측정 방식을 만들고 그 이름을 붙일 수 있어야 합니다.
넷째, 데이터는 혼자 쌓는 것이 아니라 함께 쌓는 것입니다. 생태계 차원에서 데이터를 공유하고 학습하면, 모두의 문제 해결 역량이 높아집니다.

우리는 같은 출발선에서 출발했습니다. 이제 우리가 초대하고 싶은 세상으로 함께 나아가야 합니다. 측정을 함께 사용하면서 다양한 서사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다양한 서사가 있어야 더 풍부한 상상을 할 수 있습니다.
임팩트 써밋은 정답을 찾는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도구를 찾는 자리였습니다. 조사가 아닌 선언의 자리였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 가는 여정에서 측정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모색하는 자리였습니다.
분명한 것은, 측정이 전략이 되려면 우리의 관점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측정은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보고서가 아니라 대화입니다. 평가가 아니라 학습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측정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이날 헤이그라운드에 모인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지만, 함께 던진 질문들은 계속될 것입니다. 어떻게 측정을 전략으로 만들 것인가. 어떻게 데이터를 문제 해결의 속도를 높이는 도구로 활용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함께 배우고 성장할 것인가.
임팩트 측정의 여정은 아직 진행 중입니다. 그리고 그 여정에 더 많은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 보도자료 : 임팩트를 전략으로 바꾸는 새로운 측정의 언어 Ι 라이프인
📑 [임팩트 써밋 #임팩트측정] 스터디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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