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벤처 필란트로피 실험 : VAB(Vake Action Booster)
임팩트얼라이언스는 소셜밸류랩과 함께 12월 5일 헤이그라운드 브릭스 성수에서 "Community as the Future: 새로운 임팩트 모델의 가능성"이라는 주제로 밋업을 열었습니다.
루트임팩트의 IP1 기금과 소셜밸류랩이 함께한 VAB 프로젝트가 제시하는 새로운 임팩트 모델의 핵심은 "지분 없는 동행"의 방식에 있습니다. 이는 전통적인 투자가 재무적 수익과 지분에 집중하거나, 전통적인 자선이 단기적 지원에 머물렀던 것과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비영리조직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자본 중심의 전통적 지원 방식을 넘어 ‘커뮤니티 중심’의 실험적 동행 모델이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실증했던 과정이었습니다.
벤처 투자는 기업가정신과 자본을 연결하며 혁신을 촉발했지만, 사회문제 해결까지 가속화하지는 못했습니다. 이러한 한계 속에서 “사회문제 해결에도 투자적 접근이 가능할까?”라는 물음이 제기되었고, 임팩트 투자가 등장했습니다. 임팩트 투자는 자본의 목적을 “재무적 수익 + 사회적 가치”로 확장하며 사회문제 해결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그러나 임팩트 투자가 주로 영리 기업 중심으로 전개되면서, 비영리 조직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역량을 강화하는 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등장한 것이 벤처 필란트로피입니다. 벤처 필란트로피는 단기적·소모적 지원에 머물렀던 전통적 자선과 달리, 벤처캐피털의 방식을 차용해 장기적 파트너십, 재정적·비재정적 지원, 전략적 동반을 통해 비영리 조직이 스스로의 역량을 강화하고 지속가능한 경로를 만들어가도록 지원합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소셜밸류랩은 IP1 기금과 함께 VAB(Vake Action Booster) 프로젝트라는 새로운 성장경로를 그려 왔습니다. VAB은 단순히 자금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비영리 조직과 함께 커뮤니티를 기획하고 실험하며 성장 경로를 함께 만들어가는 프로듀서의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그 결과, 커뮤니티가 조직의 지속가능성과 사회문제 해결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한편 창업 생태계에서는 스타트업 스튜디오라는 새로운 방법론이 등장해, 아이디어 발굴·검증·스핀오프를 반복하며 창업의 성공률을 높이고 학습을 체계화하는 모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벤처 캐피탈은 '승자를 고르는' 방법론, 인큐베이터와 액셀러레이터는 '승자를 멘토링하는' 방법론이었다면, 스타트업 스튜디오는 '승자를 직접 만드는' 방법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흐름을 임팩트 생태계에 대입해보면, 비영리 영역에서도 스타트업 스튜디오의 철학과 방식을 차용한 ‘커뮤니티 스튜디오’ 모델이 가능하다는 상상력이 열립니다.
VAB 프로젝트는 소셜밸류랩이 프로듀서로서 전통적인 지원방식과는 다른 역할을 수행한 사례입니다. 기획과 설계, 자원 연계의 축을 잡는 동시에, 참여한 비영리 조직들이 스스로의 문제의식을 토대로 실험을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주체적 공간을 열어주었습니다. 이 협력적 구조 속에서 각 조직은 단순히 지원을 받는 데 그치지 않고,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새로운 성장경로와 모델을 함께 만들어갔습니다. 이는 곧 ‘커뮤니티가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되는 방식’의 가능성을 실증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소셜밸류랩의 VAB(Vake Action Booster) 프로젝트는 벤처 필란트로피 자원을 기반으로, ‘지분’이 아닌 ‘동행’의 방식으로 커뮤니티를 함께 만들어 왔습니다. 지난 2년의 실험은 커뮤니티가 조직의 지속가능성과 사회문제 해결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는가를 증명했습니다. 이번 밋업은 그 여정을 함께 돌아보며, “Community as the Future: 새로운 임팩트 모델의 가능성”이라는 물음에 조금 더 깊이 답해보고자 합니다.

Community as the Future: 새로운 임팩트 모델의 가능성을 묻다
세상이 점점 더 고도화되고 기술화될수록, 우리는 작고 가깝고 아름다워져야 해요. 그 답이 커뮤니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2월 5일, 눈이 내린 뒤의 차가운 공기를 뚫고 임팩트 생태계의 동료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Community as the Future'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밋업은 단순히 친목을 다지는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주주자본주의의 대안을 찾고, 지속 가능한 조직의 형태를 고민하며, 고립된 개인이 아닌 '연결된 우리'로서 생존하고 성장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치열한 탐구의 현장이었습니다.
행사를 시작하며 진행된 아이스브레이킹에서 테이블별로 나누어 앉아 '나를 소개하는 키워드'와 '내 취향과 취미'를 포스트잇에 적어 옆 사람과 공유했습니다. 서로 누구인지도 모른 채 앉아 있던 어색함은, 30초라는 짧은 시간 동안 자신을 드러내고 서로의 취향을 확인하며 금세 느슨한 연대의 온기로 바뀌었습니다.




미래 조직의 답, '느슨한 연결'에서 찾다
첫 번째 문을 연 것은 다오랩의 한재선 님이었습니다. 그는 회사를 창업하고 운영해온 연쇄 창업가였지만, 주주자본주의가 과연 부와 번영을 공정하게 분배하는지에 대한 회의감을 고백했습니다. 그는 블록체인 기반의 DAO(탈중앙화 자율조직) 실험을 통해 얻은 교훈을 공유했습니다. DAO는 투명하고 민주적이지만, 모든 행동을 토큰(외적 보상)으로 치환함으로써 내적 동기를 훼손하고 공유지의 비극을 초래한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한재선 님은 그 대안으로 '커뮤니티 기반의 실행 조직'을 제안했습니다. 혈연이나 학연 같은 '강한 연결(Strong Tie)'이 아닌, 취향과 가치로 묶인 '느슨한 연결(Weak Tie)'이 오히려 새로운 기회와 확장을 만들어낸다는 것입니다.
- 자율적이되 지속 가능한 조직: 억지로 묶인 계약 관계가 아니라, 원할 때 들어오고 나갈 수 있는 느슨한 연대입니다.
- 기다림의 미학: 자발적 기여는 강요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 손들고 나설 때까지 기다려주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 자연스러운 기여 측정: 점수와 랭킹이 아니라, 서로에게 감사를 표현하는 '인정'의 문화가 건강한 기여를 만듭니다.
- 완전한 투명성: 기여는 측정하는 일이 아니라 드러나게 하는 것입니다. 모든 과정을 공유하며 빌드업하는 과정은 그 자체가 컨텐츠가 됩니다.
후원자가 아닌,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동료'로
이어지는 순서에서는 베이크(소셜밸류랩)의 이은희 님이 '베이크 액션 부스터(VAB)'를 통해 경험한 비영리 생태계의 새로운 가능성을 이야기했습니다. 기존의 비영리 시장은 후원자를 문제 해결의 주체가 아닌, 후원금을 내는 대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조직은 자원 확보 경쟁에 내몰리고, 후원자는 효능감을 느끼지 못한 채 떠나가는 악순환이 반복되곤 했습니다.


베이크는 '커뮤니티 스튜디오'라는 모델을 통해 이 패러다임을 전환하고자 했습니다. 조직의 'Why(존재 이유)'에 공감하는 지지자들을 모으고, 그들이 직접 활동에 참여하며 효능감을 느끼게 하는 것입니다.
- 보이는 자산으로서의 커뮤니티: 커뮤니티는 추상적인 개념이 아닙니다. 사람들의 활동과 경험이 기록으로 쌓이면, 그 자체로 조직의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자산이 됩니다.
- 파이낸셜 패스의 확장: 활동에 참여하며 신뢰를 쌓은 지지자는 단순 후원자를 넘어 투자자가 되거나, 외부 협업을 연결해 주는 파트너로 성장합니다.

삶을 나누고, 밥을 나누며, 살아내다
이론과 방법론은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로 증명되었습니다.

나그네방 유하영 님은 남는 방 한 칸을 내어주는 것에서 시작해, 청년들의 주거 안전망으로 성장한 나그네방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받은 마음을 잊지 않고 세상에 흘려보내는 것"이 유일한 조건인 이곳은, 서로의 삶에 개입하고 불편함을 조율해나가며 '함께 사는 법'을 배우는 학교이자 가정이었습니다. VAB 과정을 통해 나그네방은 개인의 선의에 의존한 활동을 넘어, 지속 가능한 시스템과 명문화된 미션을 갖춘 조직으로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벗밭 백가영 님은 "커뮤니티로 살아남는 법"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던 여정을 공유했습니다. '즉흥 과일 클럽'으로 시작해 식사를 매개로 사람과 자연을 연결해 온 벗밭은, 단순히 "좋다"는 말보다 "좋은 감각"을 전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혼자서는 먹기 힘든 수박 한 통을 함께 나누며 연결감을 느끼고, 그 연결감이 다시 기후 위기와 먹거리 문제에 대한 행동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벗밭에게 커뮤니티는 생존을 위한 전략이자, 그들이 존재하는 이유 그 자체였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다시 봄
마지막 이그나이트 세션에서는 다섯 팀의 커뮤니티 리더들이 각자의 '사계절'을 나누었습니다.
- 유스보이스 임정은: 학교 밖 청소년들의 고립된 '겨울'을 서로의 일상을 인증하는 '한끗루틴'이라는 '봄'으로 연결했습니다.
- 일하는학교 이정현: 고립 청년들의 성장을 위해 13년간 쌓아온 조력자들을 '나인트리 응원단'이라는 커뮤니티로 묶어냈습니다.
- 소셜임팩트뉴스 염지현: 수학 잡지 기자에서 두 아이의 엄마로, 그리고 다시 어린이 기자단 '샛별단'을 이끄는 리더로 변신하며 커뮤니티 안에서 자신의 유니버스를 확장했습니다.
- 우물가 이현순: 엄마들이 자신을 찾고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과정을 통해, 개인의 시각에서 조직의 시각으로 성장하는 경험을 나누었습니다.
- 시스플래닛 오윤선: 발달장애인 예술가들과 함께한 15년, 그 긴 겨울을 버티게 해 준 힘이 바로 커뮤니티였음을 고백했습니다.


질문은 하나입니다. "우리는 누구와 연결될 것인가?"
이날 현장을 관통한 핵심 메시지는 분명했습니다. 커뮤니티는 단순히 사람을 많이 모으는 것이 아닙니다. 조직의 미션(Why)에 깊이 공감하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그들이 주체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판을 깔아주며, 그 과정을 투명하게 기록하여 자산으로 만드는 일입니다.
"가난의 반대말은 공동체(Community)다."
사회자인 임팩트얼라이언스 박정웅 님의 마지막 멘트처럼, 어쩌면 우리가 겪고 있는 자원의 결핍, 인력의 부족, 아이디어의 빈곤을 해결할 열쇠는 이미 우리 곁에 있는 '사람들' 속에 있을지 모릅니다. 혼자 해결하려 애쓰며 소진되는 대신, 느슨하지만 단단한 연대 속으로 서로를 초대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마주할 새로운 임팩트 모델의 미래입니다.








📑 자세한 후기 : 커뮤니티가 조직의 미래다! Ι 베이크
📑 보도자료 : 베이크 액션 부스터(VAB), 임팩트 지향 조직의 미래, ‘커뮤니티’에서 답을 찾다 Ι 소셜임팩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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