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2월 18일, 찬 바람이 매서운 겨울 저녁이었지만 성수동 헤이그라운드 브릭스 서울숲점의 온기는 그 어느 때보다 다정하였습니다. 60여 명의 임팩트 생태계 실무자들이 함께 식사를 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인사를 나눴습니다. 단순히 명함을 교환하는 자리가 아니라, 조직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회사 밖 동료'를 만나기 위해 모인 이들은 저마다의 고민과 기대를 품고 있었습니다.
이번 서울숲 임팩트 밋업은 특별히 서울시 미래청년일자리사업과 함께, 임팩트얼라이언스, SOVAC, 일상예술창작센터, 소셜임팩트뉴스가 마음을 모았습니다. <선 넘는 커리어>를 주제로, 정해진 트랙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영리-비영리, 지역, 직무 등 기존의 경계를 주체적으로 넘나드는 이들의 서사를 통해 우리가 임팩트 생태계에서 함께 그려갈 성장 경로는 무엇인지 그 실마리를 찾아보았습니다.
[나만의 등고선을 그리는 법] 이동권에서 접근성으로, 황시인의 확장
첫 번째 연사로 나선 사단법인 무의의 황시인 책임매니저는 자신의 커리어 여정을 "회사 밖 동료에게 건네는 고백"이라 표현하며 운을 뗐습니다. 그는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솔루션을 만드는 소셜벤처 '토도웍스'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현재는 비영리 조직 '무의'에서 교통약자 안내표지 개선 사업을 이끌고 있습니다.

정답이 아닌 '나만의 임계점'을 찾아서
황시인 님은 대학 시절 마주한 "자신이 무엇으로 만들어진 인간인지 알아야 한다"라는 문장을 이정표 삼아 남들보다 긴 대학 생활을 보냈습니다. 세상의 규범에 무조건 장단 맞추기보다 나만의 등고선과 임계점을 파악하려 애썼던 그 시간은,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라는 막연하지만 단단한 마음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언어의 확장이 곧 세계의 확장
토도웍스에서 6년 7개월간 세일즈와 마케팅, 인증 업무 등을 종횡무진하며 그는 임팩트 비즈니스의 실무를 몸소 익혔습니다. 소셜벤처라는 용어조차 생소했던 신입 시절을 지나, 이제 그는 개인의 '이동권'을 넘어 사회적 인프라로서의 '접근성'을 고민하는 전문가로 성장했습니다.
"비영리로 옮기며 일의 가치가 나에게 진심으로 다가오는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배우고 있습니다. 성과가 나에게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세상으로 흘러간다는 감각이 저를 계속 움직이게 합니다."
[세상이라는 도화지를 채우는 색깔] 모민희가 만난 공존의 풍경
두 번째 연사 베어베터의 모민희 매니저는 임팩트 생태계에서만 어느덧 10년의 여정을 이어오고 있는 베테랑입니다. 그는 홈리스의 자립을 돕는 '빅이슈코리아'를 거쳐 현재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하는 '베어베터'에서 동료들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던 이들이 풍경 안으로 들어올 때
모민희 님에게 커리어란 "내 세상의 지평이 넓어지는 과정"입니다. 빅이슈에서 일하며 지하철역마다 서 있던 빨간 조끼의 판매원이 비로소 보이기 시작했고, 베어베터에서 일하며 거리의 발달장애인이 하는 행동이 '상동행동(자기 진정 행동)'임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모민희 님은 "다양한 가치가 공존해야 나라는 사람도 온전히 존중받을 수 있다"는 철학을 커리어를 지탱하는 단단한 뿌리로 삼았으며 , 개발자나 마케터처럼 자신의 일을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임팩트 커리어'의 모호함을 오히려 매 순간 스스로를 깨어 있게 만드는 동력으로 삼아 나아가고 있습니다.
롱런을 위한 마음의 도구
그는 발달장애 사원들이 감정을 조절할 때 사용하는 도구를 소개하며, 일하는 우리 모두에게는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이 필요함을 강조했습니다. "인생은 번역이고 해석이다"라는 그의 말처럼, 힘든 순간조차 나만의 언어로 어떻게 번역하느냐에 따라 커리어의 색깔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경계를 지우고 관계를 잇다] 옥천에서 증명한 로컬 미디어의 힘
마지막 연사인 박누리(전. 월간 옥이네 편집장) 님은 충북 옥천에서 16년째 지역 언론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로컬 기획자'입니다. "성공하려면 서울로 가야 한다"라는 공식을 거부하고 옥천신문에 투신했던 그는, 지역 사회를 하나의 '민주주의 학교'로 일구어 왔습니다. "커리어라는 단어 자체가 낯설다"고 고백하면서도, 누군가 그어놓은 선에 안주하지 않고 경계를 넘나들었던 단단한 서사를 공유했습니다.

"서울이 아니면 패배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
박누리 님의 고향은 경북 구미입니다. "성공하려면 서울로 가야 한다"는 말이 일상인 환경에서 자랐지만, 그는 지역에 남는 것을 패배로 규정하는 세상의 프레임에 막연한 반감을 느꼈습니다. 빗속에서 폐지를 줍는 할아버지를 보며 '알리는 일'을 하겠다고 다짐했던 중학생 소녀는, 훗날 서울 대형 언론사의 채용 절차를 과감히 포기하고 옥천신문의 '합숙 면접'을 선택하며 인생의 첫 번째 선을 넘었습니다.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곳이 아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곳으로 향한 주체적인 선택이었습니다.
기사를 넘어 책임을 지는 삶
박누리 님에게 기자는 단순히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는 지면 안팎을 넘나들며 페미니즘 스쿨을 열고, 동물권 캠페인과 청소년 기본소득 실험을 주도하며, 여성 농민의 목소리를 기록했습니다. 12년의 공교육보다 더 많은 것을 지역에서 배웠다는 그녀는, 기자가 공동체의 성원으로서 책임을 지는 존재여야 함을 깨달았습니다.
"기자가 왜 기사만 안 쓰고 그런 것까지 해? 라는 시선이 있었지만, 저는 세상을 바꾸고 싶었기에 개의치 않았습니다. 제가 만난 주민들이 곧 저의 스승이자 학교였습니다."
건강한 작별, 그리고 새로운 시작
바쁜 일정을 소화하며 번아웃을 겪기도 했지만, 그는 잡지 '월간 옥이네'를 100호까지 이끌며 지역 잡지의 새로운 역사를 썼습니다. 이제 그는 편집장의 직함을 내려놓고, '나답게 일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묻는 세 번째 선을 넘으려 합니다.
패널 토크가 남긴 질문들
이어진 패널 토크에서는 루트임팩트 임팩트닷커리어팀 백현지 매니저의 진행으로 더 깊은 속마음이 오갔습니다. 조직 유형의 차이, 직무의 모호함, 그리고 번아웃에 대한 솔직한 답변들이 이어졌습니다.
- 임팩트 조직의 소통: 수익이 아닌 가치를 좇기에 구성원의 가치관과 마음을 수평적으로 묻는 문화가 중요합니다.
- 성장의 아픔: 과로로 대상포진을 겪으면서도 일과 삶의 우선순위를 다시 세우는 과정이 곧 자산이 되기도 합니다.
- 동료라는 안전망: "지치고 쓰러질 때 서로의 멱살을 잡아 일으켜 주자"라는 농담 섞인 진심은, 이 생태계에서 우리가 왜 연대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주었습니다.

더 높은 곳이 아닌, 더 나다운 곳으로
이번 밋업은 어떤 정답을 제시하는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대신 <선 넘는 커리어>란 "더 멀리, 더 높이 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있는 자리에서 나답게 사는 방법을 찾는 여정"임을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사회자인 임팩트얼라이언스 박정웅 님은 "좋은 사람의 밀도가 내 삶에서 높아지는 것이 이 업계가 주는 보상"이라고 말했습니다. 밋업이 끝난 후, 참가자들은 서로 다른 조직의 동료들과 식사 약속을 잡으며 '가벼운 우정 지원금' 이벤트를 통해 관계의 씨앗을 뿌렸습니다.
우리가 넘는 이 선들은 경계가 아니라 새로운 연결의 통로가 될 것입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색깔로 선을 넘나들고 있는 여러분의 모든 여정을 응원합니다.










이번 서울숲 임팩트 밋업에서도 현장에서 4개 이상 조직이 함께 모여 식사 약속을 잡았다면 “가벼운 우정 지원금”을 제공하는 재미있는 이벤트를 진행하였습니다(‘가벼운 우정 지원금’이라는 이름과 기획은 진저티프로젝트의 안지혜님이 아이디어를 주셨어요!). 총 4개 모임이 우정지원금을 지원받았답니다. 한번 만나고 휘발되는 만남이 아닌, 서로가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고 개인의 역사와 철학을 나누는 시간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오늘 우리의 연결이 내일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쌓이는 관계의 상상력을 불어넣어봅니다.





현장에서 못다 한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소셜임팩트뉴스의 상세 콘텐츠를 통해 더 깊은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 [보도자료] 경계를 넘는 선택들, 커리어가 되다
✨ [선 넘는 커리어 ①] 무의 황시인이 전하는 임팩트 커리어, 정답이 없는 길에서 지도를 그리다
✨ [선 넘는 커리어 ②] 개인의 성장을 넘어 사회의 ‘구조’를 디자인하다: 베어베터 모민희가 발견한 커리어의 확장성
✨ [선 넘는 커리어 ③] 직함의 선을 넘어 지역의 삶을 잇다: 박누리가 발견한 ‘나’라는 고유한 브랜드
✨ [선 넘는 커리어 ④] 정답 없는 시대, 우리가 함께 지도를 그리는 법: ‘선’을 넘어 확장되는 일의 세계
오늘의 질문들을 동료들과 나누고 싶다면 SOVAC Salon의 콘텐츠와 워크북을 활용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 [12월의 Salon] 선을 넘어 확장되는 우리들의 세계: '선 넘는 커리어'
🌳 임팩트 생태계의 우정을 만드는 '서울숲 임팩트 밋업(Seoul Forest Impact Meet-up)'은 임팩트얼라이언스 회원사들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 상호호혜(Give First)를 통해 이루어지는 커뮤니티 모임으로 만들어가고자합니다. 그리고 때론 다른 임팩트 커뮤니티와 콜로보 밋업을 진행하곤 합니다😊 진정성이 탁월함이 되도록 서로 도우며 느슨하게 함께 만나요!
🌏 이번 밋업은 아래 회원사가 호혜의 마음으로 함께 하였습니다.
✅ 공간 : 헤이그라운드 브릭스
✅ 콘텐츠 : 임팩트확산네트워크(소셜임팩트뉴스), 임팩트스퀘어
✅ 케이터링 : 소녀방앗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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