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VAC Salon X 임팩트써밋 #임팩트금융은 '자본의 조율(Capital Orchestration for IMPACT)'를 주제로 2025년 3월 26일 목요일 헤이그라운드 브릭스 성수에서 개최되었으며, SOVAC, 임팩트확산네트워크, 아름다운재단, 루트임팩트, 임팩트스퀘어, 한양대학교 글로벌사회혁신단, 임팩트얼라이언스가 공동주관했다.
이번 써밋은 자선(Charity)과 투자(Investment) 사이에 존재하는 자본의 연속체(Continuum of Capital)를 조명하며, 벤처 필란트로피(Venture Philanthropy)와 임팩트 투자(Impact Investment)의 상호 보완적 역할을 탐색하고 한국형 촉매 자본 모델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자리로 기획되었다.
[Open Lecture] 한양대학교 강창모 교수 : 임팩트 금융의 지형
[발제와 대담] “Impact Capital as a Spectrum”
- 루트임팩트 허재형 대표 : 신뢰 기반 필란트로피
- 아름다운재단 김진아 사무총장 : 임팩트 생태계의 앵커 - '인내'는 어떻게 '촉매'가 되는가?
- 임팩트스퀘어 도현명 대표 : VC(임팩트 투자)와 VP(벤처 필란트로피)가 만났을 때
[Fireside chat] 펀더와 현장, 최선의 조합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행복나눔재단 세상파일팀 이상현 본부장
- 봉앤설이니셔티브 박송인 사무국장
- 사단법인 오늘은 강국현 사무국장
- 모더레이터 : 임팩트얼라이언스 박정웅
임팩트투자의 돈은 왜 흐르지 않는가
한국의 임팩트 생태계에서 지난 10년간 반복된 질문이 있다. 임팩트투자라는 도구가 사회 문제 해결에 효과적인가, 그리고 이 도구를 더 잘 쓰려면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가. 3월 26일 헤이그라운드 브릭스 성수에서 열린 SOVAC Salon X 임팩트써밋은 이 질문을 '자본의 조율(Capital Orchestration)'이라는 프레임으로 다시 꺼냈다.
임팩트얼라이언스 박정웅 팀장은 기획의도를 설명하면서 아큐먼 창립자 재클린 노보그라츠의 링크드인 글을 화면에 띄웠다. 다보스 포럼 직후 쓴 글에서 그녀가 쓴 키워드가 'Capital Orchestration'이었다. 컨버전스 블로그에서는 임팩트투자가 초심(Catalytic Edge)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왔고, SSIR에서는 "임팩트투자라는 것이 존재하느냐"는 도발적 제목의 아티클이 올라왔다. 박정웅 팀장의 정리는 이랬다. "글로벌 리더십들도 작년부터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리만의 고민이 아니었다."
자본의 스펙트럼: 2%가 90%를 결정한다
오픈렉처를 맡은 한양대 강창모 교수는 임팩트금융의 지형도를 20분 안에 정리했다. 핵심 논점은 이것이다. 임팩트투자라는 말을 들으면 '수익을 내는 투자'를 먼저 떠올리지만, 실제 스펙트럼은 넓다. 수익률을 의도적으로 포기하는 양보적(concessionary) 자본부터 보조금에 가까운 자금까지 포함된다. GIIN 추정에 따르면 글로벌 임팩트투자 규모는 약 1조 5,710억 달러, 원화로 약 2,356조 원이다.
여기서 짚어야 할 지점이 있다. 이 자금의 90%는 시장 수익률을 원한다. 8%가 조금 양보하고, 2%가 더 양보한다. 강 교수는 이 2%의 역할을 설명하면서 혼합금융(blended finance)의 구조를 꺼냈다. 수익률을 덜 추구하는 촉매적 자본이 먼저 들어가서 위험을 받아주면, 개발금융이 중간을 받쳐주고, 그래야 시장 수익률을 원하는 민간 자본이 들어올 수 있다. 이 2%를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나머지 90%가 이 생태계에 남느냐 떠나느냐가 결정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한국에 대해서는 자본시장연구원과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며, 5~6월에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신뢰 기반 필란트로피: 루트임팩트의 경험
루트임팩트 허재형 대표는 '신뢰 기반 필란트로피'를 주제로 발제했다. 루트임팩트는 2012년 설립 이후 13년간 한 고액 자산가로부터 용도 지정 없는 후원을 받았다. 시작은 1억 원이었고, 마지막 몇 년은 15억 원이었다. 이 자금 덕분에 실험적 사업을 시도할 수 있었고, 헤이그라운드 같은 장기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었다고 했다.
10주년을 맞으면서 루트임팩트는 받았던 신뢰를 생태계에 다시 흘려보내는 '임팩트 필란트로피' 사업을 시작했다. IP1 기금, 이스린 펠로우십, CP1 프로젝트 등이다. IP1의 중간 결과를 연구한 바에 따르면, 선정된 비영리 조직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한 변화는 "자율적으로 임팩트를 창출할 수 있는 역량이 구축되고 있다"는 것이었고, 그 전제 조건은 루트임팩트가 동반자적 파트너십을 지향했기 때문이라는 판단이 있었다.
허 대표는 Trust-Based Philanthropy 운동이 제시하는 여섯 가지 행동 지침을 소개했다. 다년간 비지정 자금 지원, 펀더의 적극적 학습, 간소한 지원서류, 투명한 소통, 피드백 수렴, 비재무적 지원이다. 그리고 한 가지를 덧붙였다. "금전적 자본은 쓰면 없어지지만 신뢰 자본은 쓸수록 축적된다."
발제 마무리에서 그는 세 가지를 제안했다. 공익법인의 임팩트투자 활성화를 위한 법, 제도 환경의 공동 대응, 지원 대상을 관리와 통제가 아닌 문제 해결 파트너로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 그리고 '신뢰의 순서'를 바꾸는 것. 투명성과 전문성을 요구하기 전에 먼저 믿어주고, 역량을 기를 시간을 주자는 이야기였다.
아름다운재단의 고민: 430억은 어디로 흘러야 하는가
아름다운재단 김진아 사무총장은 "아름다운재단은 임팩트투자를 하지 않습니다"로 발제를 시작했다. 대신 재단이 26년간 해온 일들을 '인내 자본'과 '촉매 자본'의 프레임으로 재해석하는 방식을 택했다.
공익단체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은 20여 년간 14개 단체에 28억 원을 지원했다. 지리산작은변화지원센터는 6년간 23억 원을 투입해 지역 거점을 만들었고, 이후 지리산이음이 자체 사업을 파생시키는 조건을 형성했다. 희망가게는 2003년 아모레퍼시픽 고 서성한 회장의 주식 기부(당시 50억 원)로 시작해 현재 160억 원 규모의 펀드로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작년에 재단이 임팩트투자를 직접 해보려고 시도했을 때, 벽에 부딪혔다. 공익법인은 의결권 있는 주식을 발행주식의 5% 이상 보유하면 가산세가 부과된다. 임팩트투자가 수익사업인지 목적사업인지 구분이 안 된다. 내부 거버넌스 설득도 어려웠다. 김 사무총장은 이 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기금운용위원회 설득 3개월, 이사회 가기도 전에 내부 구성원 설득 6개월, 담당 부서 설명까지 하면 1년 반이 간다."
결론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보고서는 작성했지만 "정답을 갖고 있는 상태는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재단이 가진 430억 원의 기금은 단순 자산 증식을 위한 수익사업도, 기존 방식의 그랜트 배분만도 아닌 제3의 자금 흐름이 필요하다는 것.


LP가 없다: 임팩트투자의 병목
임팩트스퀘어 도현명 대표의 발제는 한 가지 질문에 집중했다. 한국에 임팩트 투자자가 몇 개 있는가. 너그럽게 10개, 타이트하게 7개. 세계 13위 경제 규모에 비해 적다. 왜 그런가.
도 대표는 원인을 LP(자금 출자자) 구조에서 찾았다. 해외에서는 대학, 연금, 재단, 패밀리오피스, 보험회사 등이 각자의 목적으로 임팩트투자에 참여한다. 한국에서 이 역할을 하는 곳은 사실상 정부뿐이다. "정부가 예산으로 LP를 해주는 건 보통 개발도상국의 중앙집권 국가들이 하는 방식"이라고 그는 말했다.
구조적 문제도 있다. 정부 자금으로 펀드가 만들어지고, 투자가 이루어지고, 수익이 나면 국고로 환입된다. 생태계에 돈이 쌓이지 않는다. 반면 정상적인 구조에서는 LP가 펀드에 출자하고, 펀드가 기업을 키우고, 수익이 돌아오면 다시 재투자되면서 생태계 자체가 성장한다.
임팩트스퀘어가 운용하는 펀드에는 정부 외에 재단, 사회가치연대기금, 개인, 중견기업이 LP로 참여하고 있다. 재단과 사회가치연대기금은 금액 자체는 크지 않지만 선손실 충당 역할을 한다. 임팩트가 달성되었는데 사업이 안 됐을 때, 손실분을 먼저 안아주는 것이다. 개인 LP들은 대부분 "돈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벌어다줘야 하는 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목적이 임팩트이기 때문이다.
도 대표의 정리는 이랬다. "임팩트투자는 돈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누가 왜 거기에 그 돈을 넣는가에 대한 답변을 찾는 문제다."
현장 조직이 말하는 것: 실패, 인건비, 기금의 속성
2부 파이어사이드 챗에서는 행복나눔재단 이상현 팀장, 봉앤설이니셔티브 박송인 사무국장, 사단법인 오늘은 강국현 사무국장이 이야기했다.
이상현 팀장은 세상파일 팀의 일하는 방식을 설명했다. 사업 개발에서 중요한 건 세 단계를 한꺼번에 돌리지 않는 것이다. 1) 논리적으로 맞는지, 2) 현실적으로 돌아가는지, 3) 협상 가능한지. 이걸 동시에 굴리면 아무것도 안 돌아간다. 세상파일팀은 상상인그룹, 소셜벤처 토도웍스와 함께 아동·청소년 전동휠체어 접근성 사업을 추진해왔는데, 토도웍스의 휠체어 전동모듈 '토도드라이브'가 8년간의 노력 끝에 국민건강보험 급여 대상으로 확정되면서, 그간 3,900여 명에게 무상 지원해온 성과가 제도화로 이어져 모든 아동·청소년 이동약자가 국가 지원을 통해 이동보조기기를 안정적으로 지급받을 수 있게 됐다. "모델이 사회에 안착하면 저희는 졸업한다"는 것이 이 팀의 원칙이다.
봉앤설이니셔티브 박송인 사무국장은 '기금의 속성은 2, 3년 차에 드러난다'고 했다. 처음에는 의도를 가지고 기금을 설계하지만, 대상자를 직접 만나면서 진짜 필요한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봉앤설은 의사결정 구조가 4명이라 방향 전환이 하루 이틀이면 된다. 펀더가 격주 회의에 참여하고, 캠프에 직접 오고, 아이들 이름을 부를 수 있는 수준까지 이해도가 올라가면, 별도의 성과 측정 없이도 사업의 방향이 맞는지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사단법인 오늘은 강국현 사무국장이 이날 꺼낸 이야기는 두 가지였다.
첫째, 실패에 투자하는 자본이 필요하다는 것.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는데 지원해 볼게가 아니라, 완전히 실패밖에 없는 길인데도 누군가는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에 재원이 100쯤 있다면 10%쯤은 무조건 실패하는 사업에 투자하고, 그 실패의 경험을 나눠야 한다." 성공 모델은 벤치마킹할 수 있지만, 실패는 베끼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다음 도전이 이를 피해 더 나은 길에 도전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둘째, 인건비. 공모사업에 나가면 인건비를 넣을 수 없거나, 많아야 15~20%인 현실을 지적했다. "여러분 아이폰 사시면서 원가 20~30%밖에 안 하거든요. 나머지는 연구개발 비용이에요.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는 아이디어에도 누군가는 제값을 치러야 합니다." 그리고 덧붙였다. "용기와 낭만이 있는 자본이 더 필요하다."


아직 답은 없다
대담에서 도현명 대표는 "무엇이 가장 큰 한계점이었는가"를 물었다. 김진아 사무총장은 "협력의 아이디어는 있는데 실천이 안 된다"고 했다. 포럼에서 좋은 이야기를 하고 사진 찍고 끝나는 패턴. 돌아가서 내 사업에 적용하는 단계까지 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허재형 대표는 "시간"을 꼽았다. 변화가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다른 영역에 비해 몇 배 이상 길어서, 일하는 사람도 펀더도 효용감을 느끼기 어렵다는 이야기였다.
광주에서 올라온 한 참석자는 "광주에는 임팩트투자 사례가 한 건도 없다"고 말했다. 도현명 대표는 임팩트스퀘어가 경상북도 영주에 맞춤형 펀드를 만들어 10건의 임팩트투자를 진행한 경험을 들려줬다. 이후 다른 투자자도 영주에 들어왔다고 했다.
박정웅 팀장은 클로징에서 이렇게 정리했다. "Impact Investment(임팩트투자)가 아니라 Investment for Impact(임팩트를 위한 투자). 이 아젠다 안에 조금 더 용기 있는 사람들이 모여보자." 아름다운재단의 430억은 여전히 방향을 탐색 중이고, 비영리 재단의 임팩트투자 출자 구조는 제도 개선과 법률 검토가 더 필요하다. 정부 자금이 생태계에 쌓이지 않는 구조도 바뀌지 않았다. 이날 답이 나온 건 거의 없다. 다만 김진아 사무총장이 했던 말이 남는다. "어디 안 가던 길을 가려면 지도 같은 거 있으면 잘 가잖아요." 지도는 아직 없지만, 같은 테이블에 앉을 사람이 누구인지는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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