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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SOVAC Salon "혼자 알긴 아까워" AX편 (26년 4월)

by 임팩트얼라이언스 2026. 4. 8.

글. 임팩트얼라이언스 Ι 사진. 비욘드더포토 조태현

임팩트 생태계 실무자들 사이에서 요즘 자주 도는 질문이 있다. "다른 조직은 AI를 어떻게 쓰고 있어?" 그리고 이 질문 바로 뒤에 따라오는 것. "우리는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돼?" 이 질문들이 현장에 모인 이유였고, 이날의 대화는 여기서 출발했다.

4월 7일 저녁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에서 열린 SOVAC Salon은 이 두 질문을 놓고, 네 조직의 실무자가 자기 이야기를 꺼내는 자리였다. 기획 단계부터 지향한 바가 있었다. 우수사례가 아니라, 어설펐지만 직접 시도해본 경험을 나누자는 것.

사회를 맡은 임팩트얼라이언스 박정웅 팀장은 저녁 식사가 끝난 뒤 마이크를 잡으며 이렇게 운을 뗐다. "LLM이라 불리는 AI는 기계가 인간의 언어를 해킹한 건데, 모든 인간이 기계의 언어를 해킹하자니까 마치 서툰 외국어로 외국 사람과 대화하는 것 같은 거죠." 그래서 이 자리는 불안감이나 격차감 대신, 우리의 의미와 효능감을 살릴 수 있는 접근을 해보자는 취지였다.

레시피 전에 주방부터

오프닝 특강을 맡은 임팩트스퀘어 김민수는 자신을 AI 전문가가 아니라고 먼저 선을 그었다. "조직이 AI를 어떻게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있는지 그 경험담을 이야기하는 건 괜찮겠다 싶어서 용기를 내서 왔다"고 했다. 뒤이어 발표할 네 사람이 레시피를 설명할 거라면, 자신은 주방을 어떻게 꾸미고 셰프의 마음가짐은 어때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겠다고 역할을 잡았다.

첫 번째 메시지는 '쫄지 말 것'. 그리고 두 번째는 "잘 쓴다고 우쭐댈 필요도 없다." 6개월 전에 만든 발표자료를 오늘 쓰려고 꺼냈더니 쓸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다. 에이전트가 없던 시절에 만든 자료였으니까. "오늘 네 분이 사례발표하시잖아요? 그게 3개월 지나면 '와, 저거 되게 옛날 거 이야기했었네?' 이렇게 되는 겁니다." 그러니 편안하게, 대신 서로 열심히 공유하자는 이야기였다.

실제 데이터도 꺼냈다. ChatGPT 주간 활성 사용자가 9억 명을 넘었지만, 고성능 모델을 유료로 쓰는 사람은 전체의 6% 미만. 기업 88%가 AI를 도입했으나 조직 규모로 확장해 성과를 내는 곳은 7~8%. "여기 계신 분들 대부분 뭐 하나 유료 구독을 하고 오셨죠? 여기 계신 분들 전부 5% 안에 드십니다."

조직 차원 도입에 대해서는 기존 방식에 AI를 그냥 얹지 말라고 했다. 보안, 비용, 승인, 데이터, 운영 방식을 기존 시스템과 타협하면 작동하지 않는다. 별도의 TF, 별도의 샌드박스, 혹은 그 이전의 스터디부터 시작하라는 제안이었다. 임팩트스퀘어는 전 부서가 AI 프로젝트를 하나씩 해야 하고, 그게 KPI로 잡혀 있다고 했다.

마지막은 임팩트 분야의 책임 문제였다. "AI 에이전트는 만든 사람, 만든 조직을 철저하게 닮습니다." 맥락을 무시한 자동화, 편향의 확대, 그럴듯한 오류의 반복. 미국에서는 기부자들이 비영리 조직에 AI 도입을 요구하면서 동시에 수수료를 줄이라고 하고, 정작 자기한테는 사람이 응대해줬으면 좋겠다고 한다는 사례도 언급했다. 임팩트 조직이 만드는 에이전트에는 어떤 윤리와 원칙이 필요한지, 빨리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이야기로 오프닝을 마쳤다.

3시간이 3분이 되기까지

임팩트스퀘어 이채린은 첫 외부 발표 무대였다. 다문화 청소년 대상 지원 정보를 하나의 플랫폼에 모으는 업무를 맡고 있었는데, 여러 채널에 흩어진 공고를 구글에서 검색하고, 적절성을 검토하고,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과정이 매주 3시간씩 걸렸다. 동료에게 고민을 나눴더니 돌아온 답은 "크롤링을 하세요". 크롤링의 C도 몰랐던 이채린이 검색창에 "크롤링하는 법"을 쳤을 때 나온 건 파이썬, 라이브러리, HTML 같은 낯선 단어뿐이었다.

마침 사내 AI 스터디 공고가 올라왔고 주저 없이 지원했다. 여기서 핵심적인 전환이 일어났다. 기술 자체를 공부하는 방식은 벽에 금방 부딪혔지만, 각자 업무 목적에 맞는 콘텐츠 크롤링 팀이 결성되면서 방향이 잡혔다. "당장 지금 내 업무가 급하고, 다문화 청소년 대상 지원 정보 수집 자동화라는 목적이 생긴 이상 제 업무를 쪼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업무를 쪼개는 것부터 시작이었습니다."

AI에게 처음 던진 질문은 "나는 다문화 청소년 지원 대상의 정보를 모으고 싶어. AI 툴 뭐 써야 해?" 제미나이가 앱스크립트를 쓰라고 했다. 뭔지 몰랐다. "진짜 초등학생한테 말하듯 해달라"고 요청했더니 앱스크립트를 '마법의 주문'이라고 설명해주더라는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시간 이야기가 핵심이었다. 업무 시간 틈틈이 하면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퇴근 후 6시에 모여서 8시 반까지 피자를 먹으며 노트북만 켰는데, 10시, 11시가 훌쩍 넘어갔다. 업무 시간 외 스터디 시간, AI가 알려준 생소한 단어를 찾아보는 시간, 그리고 그 과정의 99%를 차지하는 오류의 시간. 이 세 종류의 시간을 기꺼이 투입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결과적으로 n8n을 활용해 워크플로우를 완성했다. 정해진 시간에 타겟 사이트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제미나이가 대상별로 분류하고, 구글 시트에 자동 업데이트한다. 3시간이 3분이 됐다. 이채린은 마지막에 이렇게 덧붙였다. "제 스스로도 너무 기특했습니다. AI를 다른 업무에 도입할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그 작은 기특함은 결국 다문화 청소년들에게 더 신뢰성 있는 정보를 빠르게 닿게 한다는 더 묵직한 임팩트로 이어졌다.

세 번의 시도, 세 번의 벽

유디임팩트(언더독스) 공유선은 작년 12월에 처음 자동화를 접했다. 출발점은 커뮤니티 운영의 구조적 문제였다. 언더독스는 창업가를 육성하는데, 교육이 끝나면 수료생과의 관계가 휘발되는 것이 아쉬웠다. 커뮤니티를 만들어봤지만 특별한 액션이 없으면 유령 커뮤니티가 된다. 매일 관련 뉴스를 큐레이션해서 보내면 사람들이 계속 돌아오지 않을까. 그게 첫 기획이었다.

수동으로 하면 매일 30분에서 1시간. 3개월 동안 세 번의 시도가 있었다. 첫 번째, 구글 앱스크립트로 뉴스 RSS를 크롤링했다. 키워드 기반 수집에는 성공했지만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으로 보내는 건 수동이었다. 두 번째, 카카오봇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안드로이드 공기계에 메시지봇 앱을 설치해 부계정을 채팅방에 초대하는 방식이었는데, 기기가 24시간 켜져 있어야 했고 설정 시간보다 늦게 전송되기도 했다. 세 번째, 오픈클로(Open Claw)라는 AI 에이전트 플랫폼을 도입했다. 슬랙에서 "데일리 뉴스 자동화해줘"라고 말하면 AI 에이전트 '새싹'이 수집, 요약, 발송 파이프라인을 설계하고 코드를 직접 작성해 매일 오전 10시에 자동 실행한다.

소요 시간 매일 30분 이상에서 0분, 평일만 가능하던 것이 365일로. 공유선은 앞으로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지사의 커뮤니티에도 동일한 에이전트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녀는 유디임팩트(언더독스)의 철학이기도 한 액트프러너(Act-preneur; 행동(Action)과 기업가(Entrepreneur)의 합성어)를 언급하며, 완벽하게 짜인 설계도보다 일단 부딪히며 실행하는 과정 자체가 가장 훌륭한 프롬프트라는 사실을 우리 눈앞에 증명해 보였다.

채팅에서 코드로, 워크플로우가 달라지다

카카오임팩트 김민석은 IT 업계 경력이 꽤 있는 편이었다. 엔씨소프트에서 서비스기획과 Tech PM을 5년 넘게 하다 2024년 11월에 카카오임팩트로 이직했다. 입사 2주 만에 클로드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보고했더니 "이거 뭐로 한 거야?"라는 질문이 돌아왔고, 그 자리에서 재단 크루 대상 워크숍을 맡게 됐다.

워크숍의 핵심은 AI 비서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었다. 각 크루가 자기 업무에 맞는 비서를 설정하고 이름을 지었는데, 똑디, 찰떡, 돕기핑, 쿠키 같은 이름들이 나왔다. 이후 1년 넘게 클로드 채팅을 업무에 쓰다가, 옆자리 동료가 클로드 코드로 추천 기능도 만들고 대시보드도 만드는 걸 보고 자신도 시작했다.

김민석의 하루는 VS Code를 여는 것으로 시작한다. 옵시디언에 업무일지를 정리하고, 직접 만든 'weekly-sync' 스킬을 실행하면 지난주에 한 일과 이번 주에 할 일이 정리된다. Google Workspace CLI로 팀 구글 시트에 업로드하고, 여러 탭에서 데이터, 문서, 코드를 동시에 다룬다. 메일도 여기서 쓴다. "지금 이 사람한테 화를 내지 않고 메일을 써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될까?" 하면 클로드가 화를 내지 않는 메일을 써준다고 했다.

실전 사례로 두 가지를 보여줬다. 하나는 6곳에 흩어진 사업 데이터를 통합 스프레드시트로 만든 작업. 처음에 시트를 여러 탭으로 만들어왔길래 "한 탭 안에 다 넣어라"고 잔소리를 계속 해서 완성했다. AI에게 한 번에 뚝딱 완제품을 내놓으라고 채근하는 대신, 먼저 구조와 계획을 짜게 하고 끊임없이 잔소리를 더하며 점진적으로 통합 스프레드시트를 다듬어갔다. "AI한테 시키고 끝이 나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런 건 존재하지 않아요. 계속 대화하면서 다듬는 과정이 좋은 결과물을 만들더라구요."

최근에는 재단 크루들의 업무 환경을 조사하기 위해, 답변 내용에 맞춰 꼬리 질문을 달리 던지는 AI 인터뷰어 웹사이트를 반나절 만에 만들어내기도 했다. 소속 팀을 선택하고 이름을 넣으면 AI가 답변에 맞춰 질문을 이어간다. 아직 크루들에게 공개하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나만 빨라져서는

루트임팩트 박형호는 발표 자료 자체를 AI로 만드는 과정부터 사례로 공유했다. 머릿속에 떠다니는 생각을 클로바 노트로 15~20분 녹음하고, 행사 소개문과 사전 미팅 내용을 함께 넣어 "10분짜리 발표 자료를 만들어줘"라고 시켰다. 맥락은 나왔는데 슬라이드 퀄리티와 제목은 이 수준이라며 웃었다. 

시작은 AI 이전, DT(Digital Transformation) 시절이었다. 자원이 없는 작은 조직에서 일하면서 시간이라는 결핍이 항상 있었다. 노코드 도구를 만나 에어테이블로 심사표를 자동화한 순간, 기술로 시간을 버는 경험을 처음 했다. 그 후로 자동화할 거리를 찾아다녔다.

그런데 여기서 다음 질문이 나왔다. 자기는 여유가 생겼는데 동료들은 여전히 반복 업무 속에 있었다. "나만 혼자 생산성이 향상돼서는 이 조직 안에서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데 어려움이 있구나." 동료들의 문제를 자기 과제로 가져와서 뭔가를 만들기 시작했다. 동료를 고객이라고 생각하고, 그 고객들이 사용할 프로덕트를 기획하는 창업가의 관점이었다. 동료들에게 "너 돈 더 주는 것도 아니고 왜 사서 고생을 하냐"는 말을 들었지만, 성장하는 동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것 자체가 동기부여였다고 했다.

실전 도구로는 제미나이 Gem과 노트북LM을 소개했다. Gem으로 클라이언트의 성격을 학습시킨 가상 클라이언트를 만들어 메일 소통 전에 시뮬레이션한 사례, 노트북LM에 프로젝트 자료를 넣어 신입사원 온보딩이나 장기 프로젝트 킥오프에 활용하는 사례를 공유했다. "아직 채팅만 하고 있다면 저는 제일 처음으로 제미나이 Gem과 노트북LM 사용을 추천드립니다."

마무리에서 박형호는 다이어트에 비유했다. 적게 먹고 운동하라는 건 다 아는데, 실제로 하는 사람과 안 하는 사람으로 나뉜다. "오늘 집에 갈 때 뭐 하나 채팅을 해 본다, 그냥 생각의 시간을 줄이세요. 일단 뭐라도 눌러보세요." 그리고 한 가지를 더 덧붙였다. 함께 더 큰 것을 해내고 싶다면, 동료와 같이 가라는 이야기였다.

일에서 출발해서 AI로 간 사람들

발표 전체를 관통하는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발제자 모두 "AI에서 출발해 일로 간 것이 아니라, 일에서 출발해 AI로 갔다"는 것. 진행을 맡은 임팩트얼라이언스 박정웅 팀장은 이 점을 짚으며, AI를 수학처럼 익히려 하지 말고 영어처럼 익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장 높은 산에 오르려면 가장 낮은 곳에서 출발해야 하듯이, 같이 산을 오를 사람 한 명을 찾는 것이 시작점이라는 이야기도 전했다.

네 사람 모두 코딩을 전공하거나 직업으로 삼은 사람이 아니었다. 이채린은 크롤링의 C도 몰랐고, 공유선은 작년 12월에 자동화를 처음 접했고, 박형호는 비개발자로서 밤을 새며 노코드를 익혔다. 김민석은 컴퓨터공학과 출신이지만 "코딩이 싫어서 3학년 때부터 철학과 복수전공을 했다"고 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건 코딩 실력이 아니라, 자기 업무의 흐름을 쪼개고 구조화하는 감각이었다.

QnA 대신 발제자들에게 직접 인사하고 연락처를 교환하라는 말로 밋업이 마무리되었다. 완성된 답이 아니라 시작점을 나눈 자리였으니, 다음 단계는 당장 집에 가는 길에 지하철에서 채팅창을 열어 머릿속에 떠오르는 무엇이든 하나 입력해 보라는 것.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임팩트'라는 일은 본래 정답이 없고 모호하며 풀기 어려운 숙제들이다. 그 무거운 짐을 나누어 질 든든한 동료로 AI를 곁에 두기 위해, 우리는 각자의 책상에서 작고 엉성한 첫 발을 떼어야 한다. 이 거대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나는, 그리고 우리는 어떤 문장을 빈칸에 밀어 넣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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