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일을 오래 하게 만드는 조건
임팩트 커리어 아티클 시리즈 공유 컨퍼런스 「임팩트 커리어 2.0: 함께 시스템을 설계하다」
"임팩트 커리어는 실체가 없는 느낌이에요. 어떻게 진입해야 할지 알 수가 없어 답답해요."
"여기서 계속 일해도 될까요. 열심히 하고 있지만 무엇이 쌓이고 있는 걸까요."
이런 질문은 이 생태계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듣거나 던져본 말이다. 일하는 사람은 분명히 있는데 그들이 어떻게 거기에 갔는지는 보이지 않고, 5년쯤 지나면 다음이 무엇인지 알 수 없어 멈춰 선다.
이 질문들을 1년 동안 붙들었던 결과가 SSIR Korea의 아티클 시리즈 「임팩트 커리어, 좋은 일을 넘어서」이다. 더나은미래, 루트임팩트, 임팩트얼라이언스, 진저티프로젝트, 한양대학교 글로벌사회혁신단 등 다섯 조직이 7편의 글을 나눠 썼고, 이날 컨퍼런스는 그 1년을 돌아보며 정리된 것과 아직 정리되지 않은 질문을 함께 펼치는 자리였다. 행사는 공통 세션(1부), 4개 트랙 중 택1로 나뉘는 Deep Dive(2부), 전체 종합토론(3부)으로 이어졌다.
"누구도 혼자서는 구조 전체를 보지 못한다"
문을 연 서현선 전 SSIR Korea 편집장은 콘텐츠보다 그 콘텐츠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궁금해하는 사람을 위한 시간이라며 발표를 시작했다. 연구도 사업도 지원사업도 아닌, 현장에서 오래 일한 사람들이 자신들이 해온 일을 돌아보며 인사이트를 정리한 과정. 그는 이것이 SSIR의 '스폰서드 아티클 시리즈(sponsored article series)'라는 형식을 빌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보가 아니라, 지식으로 나오기 어려운 주제가 나올 수 있도록 펀딩과 구조를 붙여 만드는 방식이다. 루트임팩트의 펀딩이 그 구조를 가능하게 했다.

흥미로운 것은 글을 쓰기까지의 순서였다. 다섯 조직은 글부터 쓰지 않았다. 자신 있게 "임팩트 커리어의 정의는 이렇고, 보통 이렇게 진입해 이렇게 성장한다"고 단독으로 말할 수 있는 조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먼저 경계와 범위를 함께 정했고, 각 조직이 가진 사업과 연구 경험을 서로에게 들려주는 학습 모임을 네 차례 가진 뒤에야 글쓰기를 시작했다. 답을 찾기보다 질문을 더 많이 주고받았고, 큰 주제를 맡은 사람에게는 속도를 늦추라는 편집장의 조율이 있었다.
전제는 하나였다. 누구도 혼자서는 이 구조 전체를 볼 수 없다는 것. 학습 모임에는 처음 10명 남짓이 모였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사람이 늘었고, 글을 쓰지 않는 동료까지 데려와 함께 듣는 자리가 됐다. 한 참석자는 임팩트 커리어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듯 보이지만 한양대처럼 사회혁신 융합 전공이 있는 학교의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교의 학생이 느끼는 고립감은 다르다는 점을, 또 다른 이는 구조적 문제를 다룬 10년 전, 20년 전 기사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짚었다.
서현선은 이 아티클이 완결된 지식이 아니라고 분명히 했다. 작년에 정리한 것에 공감과 공명이 있는 한편, 올해는 AI가 등장하면서 진입의 감각 자체가 다시 흔들린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아티클은 성경이나 경전 같은 완벽한 지식이 아니라, 어떤 질문을 계속 던져야 하는지를 가늠하는 기초라는 것이다. 그는 현장의 고민이 공감 가능한 지식으로 번역되고 대화를 부르는 큐레이션이 계속 나오기를 바란다는 말로 뒤이은 발표자들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임팩트 커리어는 하나의 직업명이 아니다"
김경하 전 더나은미래 편집장은 두 개의 질문으로 세션을 열었다. 당신은 왜 좋은 일을 직업으로 삼고 싶은가, 그리고 그 일을 오래 지속할 수 있게 하는 조건은 무엇인가. 그는 임팩트 커리어가 두 단계를 거쳐 진화했다고 정리했다. 1단계를 연 것은 시장도 제도도 아닌 사람과 이야기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회적 기업가정신'이 대안으로 떠올랐고, 한국에서는 2006년 연세대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사회적기업 연구 동아리 같은 흐름이 청년들을 움직였다. 『세상을 바꾼 대안기업가 80인』, 『보노보 혁명』 같은 책이 당시의 입문서였다. 김경하 자신도 PD를 준비하다 2010년 더나은미래의 「세계 사회적 기업가를 찾아서」 연재를 보고 이 일을 만날 수 있겠다는 희망으로 진입했다고 했다.

2단계는 제도와 자본과 공간이 견인했다. 2007년 사회적기업 육성법, 2011년부터의 청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이 공식적인 유입 경로를 만들었고, 컨설팅에서 출발한 조직들이 자본의 필요를 느끼며 임팩트 투자사로 모델을 확장했다. 성수동에는 공동주거와 코워킹 공간을 중심으로 커뮤니티가 집적됐다. 김경하는 더나은미래가 2012년부터 성수동에 있었던 덕에 이 변화를 가까이서 관찰했다며, 같은 공간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덕분에 조직 규모는 작아도 '조직 밖 동료'가 있다는 감각이 공유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응집을 『사피엔스』에서 빌려, 공통의 이야기를 믿었기에 사람과 자원이 모였다고 해석했다.
그다음 변곡점에서 임팩트 커리어는 하나의 직업명이기를 멈추고 분화한다. ESG의 확산은 주류 자본주의의 언어와 임팩트의 언어를 함께 아는 하이브리드 역량을 요구했고, 생태계 내부에서는 임팩트 측정·관리(IMM)처럼 변화를 수치로 번역하는 전문직이 등장했다. Z세대의 가치관 변화, 특히 기후를 생존의 문제로 보는 감수성도 자본과 인재가 모이는 축이 됐다.
그러나 생태계가 성장한 만큼 커리어 경로가 설계된 것은 아니었다. 김경하는 세 가지 과제를 짚었다. 정부 사업 중심의 재원 구조는 사업 기간에 맞춰 채용하고 종료와 함께 계약을 정리하는 관행을 낳아, 경험은 쌓이지만 경력은 축적되지 않는 구조를 고착시켰다. 임팩트 투자는 더 안정적인 고용을 약속하지만 VC 중심의 단일 자산군에 머물러, 아이돌봄이나 저소득층 지원처럼 노동집약적이고 포용적인 영역은 자본의 사각지대에 반복적으로 놓인다. 임팩트 커리어에 대한 기대 역시 여러 이미지가 겹쳐진 상태여서, 실제 노동 조건과 책임이 충분히 공유되지 않은 채 조직과 개인이 서로 다른 기대를 안고 만난다.
"인공지능이 화이트칼라 신입직의 절반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경고가 현실이 되는 가운데, 인사담당자가 원하는 인재는 세 가지로 좁혀졌다. 정해진 답 없는 문제를 정의하고 풀어본 경험, 빠르게 배우고 적용하는 학습민첩성, 그리고 자신의 판단이 조직 성과와 어떻게 연결되는지까지 감당하는 책임의식이다. 김경하는 이 세 가지가 자원이 부족한 소규모 조직, 곧 사회혁신 현장에서 쌓을 수 있는 역량과 겹친다고 봤다. 그래서 그가 남긴 과제는 분명했다. 청년들의 사회혁신 경험을 기업과 생태계가 알아들을 수 있는 '역량의 언어'로 번역하는 일.
"효율은 규모에서 나오는데, 사회문제는 규모화가 어렵다"
전일주 임팩트얼라이언스 팀장은 1년 내내 답을 찾기 어려웠다는 고백으로 시작했다. 그가 택한 방법은 답을 제시하기보다 거시적 관점 몇 개를 던지는 것이었다. 출발점은 같았다. 생태계는 성장했고 성과도 있었지만 커리어는 지속하기 어렵고 떠나는 사람이 많다. 다만 그는 조직문화·리더십·교육 같은 내부 언어 대신, 시장과 산업이라는 바깥의 언어로 문제를 다시 보자고 제안했다. 시장의 관점에서 커리어의 지속가능성은 단순하다. 업계가 잘되고 회사가 성장해 근무환경이 좋아지면 지속된다.

그렇다면 임팩트 생태계는 성장하지 않았는가. 전일주는 생태계도 성장 단계에 따라 작동 방식이 변한다고 보았다. 캐스팅 한 번으로 데뷔하던 1세대 아이돌과 초등학생 때부터 연습생 시스템을 거치는 지금의 아이돌이 다르듯, 임팩트 생태계도 모두가 초보였고 창업의 이유가 전문성보다 중요했던 초기를 지나, 효율적 운영의 틀과 체계적 성과의 단계로 넘어왔다는 것이다. 그 성숙에는 그림자가 따른다. 조직 간 격차가 벌어지고 성장은 소수에 집중되며, 투자 검증이 강화되면서 아이디어만으로 시작하기 어려워졌다. 영리와 비영리로 궤적이 갈리고 업력과 규모가 다양해지면서 관계의 밀도와 상호 이해는 줄어든다.
그의 두 번째 관점은 아티클에서 다루지 않은 진단이었다. 효율은 규모에서 나온다. 많이 주문할수록 단가가 내려가고 크게 돌릴수록 효율이 좋아진다. 대기업의 근무환경이 좋은 이유는 사업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회문제가 본질적으로 규모화가 어렵다는 데 있다. 시장에서 수요가 있어 규모화가 가능한 것들은 이미 시장이 풀고 있고, 그렇게 풀리지 않는 것들이 사회문제로 남기 때문이다. 효율은 규모에서 나오는데 사회문제는 규모화가 어렵고, 그래서 조직은 작게 머물고, 작은 조직은 시스템과 전문성을 쌓기 어렵고, 결국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의 커리어 지속가능성도 흔들린다. 전일주는 이것이 비관이 아니라 정확한 진단이라고 못 박았다. 많은 중소기업이 처한 상황이며, 작은 시장에서도 잘해내는 곳은 많다. 한계를 직시할 때 그에 맞는 목표와 전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진단 위에서 그는 방향을 거시적 관점으로 다시 물었다. 사회문제 해결을 커리어로 삼는 일이 임팩트 생태계만의 것인가. 그는 그것이 늘 있었고 시대에 따라 방식만 바뀌어왔다고 보았다. 산업화 시대의 구호·복지·공무원, 민주화 국면의 시민운동·정치, 대중미디어 시대의 기자·다큐멘터리 감독, 인터넷과 모바일이 개인을 연결한 시대의 플랫폼과 소셜벤처. 그렇게 보면 작은 조직으로도 사회문제에 직접 도전할 수 있게 된 지금의 시대는, 몰입과 확산의 가능성과 소진·불안정성을 동시에 안고 있다.
그래서 전일주가 제안한 방향은 울타리를 넘는 것이었다. 초기에는 임팩트 생태계라는 울타리를 만들고 동료를 불러 모으는 일이 과제였고, 한국이 강점을 가진 단계였다. 하지만 잘 뭉치는 장점이 이제는 우리끼리 모여 고민하고 반성하는 한계로도 작용한다. 임팩트를 지향하는 사람은 학교에도, 의료 현장에도, 다른 어디에도 시대마다 계속 나타난다. 그는 임팩트 커리어를 진로 선택지가 아니라 시대가 요구하는 삶의 태도이자 이니셔티브로 읽을 때, 서로 다른 위치에 선 사람들이 더 넓게 연결되고 그만큼 회복탄력적인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보았다.
아직 만들어지는 중인 언어
4개의 주제로 흩어져 좀 더 깊이 이야기를 나누는 분과 세션을 마친 후, 다시 모여 마지막 3부 순서를 진행했다. 비랩코리아에서 준비한 럭키드로우로 가볍게 열렸지만, 참석자들의 소감에는 일정한 결이 있었다. 이직 한 달 차에 연차를 내고 왔다는 한 참석자는 왜 왔는지 아직 답을 찾는 중이라면서도, 집에 가서 "좋았다"고 말해도 이해받기 어려운 이 경험을 설명할 "우리만의 언어"가 언젠가 더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다른 부서로 발령받고 휴가를 내고 온 참석자는 임팩트 커리어가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며 어떤 일을 하더라도 임팩트를 만들고자 하면 좋은 사람들과 협업할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을 안고 간다고 했다.


현업에서는 임팩트 생태계가 크게 실감되지 않지만, 이 자리를 통해 혼자 개별적으로 애쓰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가 함께 고민하고 있다는 감각을 얻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다음 주에 새 회사를 준비한다는 한 참석자는 임팩트 생태계라는 단어의 해상도가 더 높아져야 한다는 숙제를 남겼다.
주최 측을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루트임팩트의 이혜란은 '협력'이라는 진부할 수도 있는 단어가 자신에게 새롭게 다가온 이유를, 1년의 과정에서 스스로가 변했고 서로를 더 믿게 됐다는 체감에서 찾았다. 협력은 한 번에 이루어지지 않으며, 오늘 연결되지 않았더라도 시간을 공유했다는 것만으로 다음을 위한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서현선이 마지막에 청한 것도 정답이 아니라 옆 사람과의 대화였다. 이 시리즈 자체가 차를 마시며 하고 싶은 일을 줄줄 이야기하던 느슨한 미팅에서 1년에 걸쳐 프로젝트가 됐듯, 무엇을 해보고 싶었는지 옆 사람과 나누는 시간으로 행사를 닫았다.

좋은 일을 오래 하게 만드는 조건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날의 답은 단일하지 않았다. 보상과 성장과 의사결정 구조가 함께 설계된 합리적 일자리, 현장에서만 쌓이는 판단의 전문성, 유입을 넘어선 경로 설계, 규모의 한계를 직시한 전략, 울타리를 넘어선 연결. 다만 세 발표와 참석자들이 공통으로 가리킨 것은, 이 답을 한 조직이 단독으로 쓸 수는 없다는 사실이었다.
임팩트 커리어의 언어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그것을 함께 써 내려가는 일 자체가 이 컨퍼런스의 제목, "함께 시스템을 설계하다"가 의미하는 바였다.





럭키드로우의 주인공인 김규리, 김세은, 하윤상, 고주영, 김신영, 김은정, 신채원, 송하진 님 축하드려요! 현장에서 claude.ai 를 통해 투명하게 추첨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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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ude.ai
[2부] Deep Dive (15:00 ~ 16:10)
* 이혜란(루트임팩트) 사회혁신 커리어 경로의 설계: 선택지에 없던 길을 만들다
* 김현중(前한양대학교) 사회혁신적인 대학이 사회혁신가를 키운다
* 안지혜(진저티프로젝트) Z세대의 시선으로 읽는 임팩트 커리어
* 서진석, 이은경, 조선희 (비랩코리아) 사람이 자라는 조직의 조직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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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팩트 생태계의 우정을 만드는 임팩트얼라이언스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하고 담대한 상상을 위해 임팩트 생태계의 내러티브를 전하고 있어요! 진정성이 탁월함이 되도록 서로 도우며 함께 자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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