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NGO의 혁신, 협력의 언어를 발명하다
*글: 진가은(미네르바 대학, 임팩트얼라이언스 커뮤니티 파트너), 은나래(세이브더칠드런)
세이브더칠드런 은나래 매니저가 말하는 임직원 봉사 큐레이션과 임팩트 확장
전통적 모금 기반 NGO가 어떻게 새로운 파트너십과 모델로 임팩트를 확장할 수 있을까요?
세이브더칠드런의 은나래 매니저는 자신을 'Impact Co-Creator'라고 소개하며 세션을 시작했습니다.
"좋은 사업이 없어서가 아니라, 서로의 언어를 통번역할 사람이 없어서 협력이 막히곤 했습니다."
이날의 대화는 바로 그 통번역의 실무를 해부하고, 협력을 설계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공유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새로운 도전: 아동권리 NGO에서 임팩트 생태계 디자이너로
세이브더칠드런은 100년 넘게 아동의 권리를 지켜온 국제 NGO입니다. 한국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특히 ESG사업부문은 기업 파트너십을 통해 매년 약 200억 원 규모의 재원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이 재원은 단순한 모금액이 아니라, 아동의 교육·보호·보건·긴급구호를 실제로 가능하게 만드는 출발점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 ESG사업부문은 이러한 협력을 단순한 후원 관계를 넘어 새로운 생태계 설계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아동 관점에서 임팩트 펀드를 기획해 투자 언어로 사회적 가치를 설명하고, 성과 기반 모델(아이마음 탐사대)을 실험하며, 기업·NGO·임팩트 조직이 함께 움직이는 협력의 경로를 설계했습니다. 그 첫 무대가 임직원 사회공헌 활동 플랫폼이었습니다. 작은 봉사에서 출발했지만, 그 안에서 기업과 임직원, NGO, 임팩트 조직이 함께 어울리는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현대차와의 '나눔&': 임직원 봉사를 임팩트 여정으로 바꾸기
현대자동차는 임직원 봉사를 정교하게 운영하고 싶다는 의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소셜 액션 플랫폼 베이크(Vake)와 함께 '나눔&' 프로그램을 설계했습니다.
핵심은 큐레이션입니다. 현대차의 CSV(Creating Shared Value)가치에 맞춰 프로그램을 분류하고 임직원 경험의 전 과정을 기록과 피드백으로 남겼습니다.
수강신청처럼 빠르게 마감되는 인기 프로그램이 생겼고, 주중과 주말을 가리지 않는 참여가 이어졌습니다. 일명 헤비유저라 불리는, 매 활동에 적극적이고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팬층도 생겼습니다. 가족 동반 참여로 활동의 폭을 넓히자 아동의 소속감과 연대감이 자연스럽게 커졌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핵심인 아동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동시에, 임직원들에게도 가족과 함께 나눈 시간이 회사와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애착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참여자들은 조직에 대한 몰입도와 소속감을 더욱 크게 느끼게 되었고, 이는 곧 기업 내부의 연대감으로 이어졌습니다.
시작은 단순했습니다. “임직원들이 원하는 동시에, 기업의 사회공헌 전략과 맞닿은 봉사 프로그램을 기획해 달라”는 요청이었죠. 그러나 그 협력의 결과는 사회공헌 트렌드를 이끄는 하나의 브랜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자신들의 이름을 내세우기보다, 사회공헌 파트너인 현대차가 ‘나눔&’이라는 이름을 중심에 두고 함께 만들어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좋은 협력이란 내 몫을 챙기는 일이 아니라, 함께 켜는 불을 더 크게 밝히는 일이라는 믿음에서였습니다.
왜 NGO가 임직원 봉사를 하느냐는 물음
세이브더칠드런은 혼자만의 힘으로는 모든 변화를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자원이 한정될수록 답은 생태계 안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내부의 한계를 솔직히 받아들이는 순간, 협력의 문이 열렸습니다.
기업은 CSV(Creating Shared Value)와 ESG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시민은 참여를 원하며, NGO는 사회문제가 있는 현장을 가장 잘 압니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자의 언어를 번역해 하나의 지도를 함께 보게 하는 것, 은나래 매니저가 말하는 Co-Creation의 실무는 바로 그 설계에 있었습니다.
큐레이션의 기술: 데이터로 만족을 읽고 가치로 스토리를 잇다
소셜 액션 플랫폼인 베이크(Vake)를 통해 '나눔&' 봉사활동에 참여한 임직원들의 만족도와 후기, 댓글이 체계적으로 아카이브됩니다. 단순히 수치를 채우는 방식이 아니라, 무엇이 임직원을 다시 참여하게 하는지, 무엇이 기업 가치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지를 읽어내는 과정입니다.
이렇게 축적된 만족 데이터와 ESG 가치 맵핑을 기반으로, 기업과 NGO, 소셜섹터(혹은 임팩트 지향 조직)이 함께 성장을 설계하는 스토리텔링이 가능해졌습니다. 데이터는 곧 참여자의 목소리이고, 그 목소리가 가치와 연결될 때 비로소 협력의 이야기가 완성되었습니다.
투자와 보상의 언어로 확장하기: 아동 관점 임팩트 펀드와 성과보상형 모델
세이브더칠드런의 ESG사업부문은 기업과의 협력을 전문적으로 기획·설계하는 조직입니다. 기업의 사회공헌 전략을 함께 고민하며, 임직원 봉사 플랫폼부터 파트너십 기반 사회공헌 및 캠페인, 그리고 혁신적 재원 조달 모델까지 폭넓게 설계해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국내 최초로 아동 관점의 임팩트 펀드를 기획하고, 실험적 기금 운영을 시도했습니다. 또한 성과보상형 모델을 도입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팀이 성과를 내면 보상을 받는 구조를 만들며 혁신의 동력을 키웠습니다. 이는 전통적으로 모금 중심에 머물렀던 비영리의 방식을 넘어, 투자와 보상의 언어로 사회적 가치를 설계하는 새로운 접근이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이러한 다양한 실험을 통해, 비영리가 써온 언어의 사전을 새로 쓰고 있습니다. 모금과 투자의 세계를 잇는 실험은 곧 사회문제 해결의 방식을 확장하는 발걸음이 되고 있습니다.
Q와 A로 남긴 현장의 문장들
재원에 관한 질문: "재원은 누가 부담했나요?"
답변: 현대차가 먼저 파일럿 프로그램이 현실로 시작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그럼에도 외부 설득만큼이나 내부 설득도 늘 중요한 과제였습니다. 함께 협업하는 모두와 왜 우리가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서로의 논리를 맞추는 과정이 뒤따른다는 뜻입니다.
나눔& 프로그램의 기획과 운영은 세이브더칠드런이 맡고 있으며, 실행 과정에서는 소셜밸류랩의 소셜액션 플랫폼 베이크(Vake)가 함께합니다. 베이크는 기술적 기반을 제공하는 동시에, 임팩트 지향조직으로서 협업을 위한 제언과 아이디어를 함께 기획하는 파트너이기도 합니다.
운영 궁금증: "참여 빈도는 어떻고, 어떻게 큐레이션하셨나요?"
답변: 주중과 주말 모두 운영되며 인기 프로그램은 수강신청처럼 빠르게 마감된다는 것, 그리고 핵심은 양적 목표가 아닌 만족도와 후기를 정밀하게 읽어내는 것이라는 답변이었습니다. 현대차의 CSV 가치에 맞춰 카테고리를 제안하고, 회사의 스토리와 임직원의 동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확장성 고민: "타 기업에도 같은 모델을 적용할 수 있나요?"
답변: 가능하다는 말이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프로그램을 복제한다고 해서 같은 효과가 나오지는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중요한 것은 각 조직이 무엇을 얻어가는지를 명확히 하고, 서로 다른 언어를 통번역해 합의점을 만들어내는 과정입니다. ESG, CSV, 사회적 가치라는 말이 조직마다 다르게 해석될 수 있기에, 이 간극을 메우는 일이 필요합니다.
또한 함께 기획하고, 실행 후 함께 돌아보는 루프를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래야만 프로그램이 단발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기업과 NGO, 참여자 모두가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성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확장의 본질은 기술적 모형의 이식이 아니라, 관계와 과정을 설계하는 데 있다는 메시지였습니다.
미래 지향적 질문: "임팩트 포 칠드런 펀드의 목적은 무엇이고, 나눔&의 다음 목표는 뭔가요?"
답변: 국내 최초로 아동 관점에서 투자를 유치한 이번 실험은 NGO가 새로운 자원 조달 방식을 열어가는 시도였습니다. 단순히 재원을 마련하는 것을 넘어, 아동의 삶을 개선하는 데 필요한 변화를 투자와 성과의 언어로 설명해 보려는 도전이기도 했습니다.
나눔&은 임직원들이 단순 참여자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시민으로서 봉사 경험을 통해 사회문제를 내 안에 받아들이고, 그 경험이 더 많은 해결 행동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나눔&은 그 여정을 함께 설계하고 확장해 가는 과정 속에 있으며, 다음 목표 역시 “더 많은 사람들이 사회문제를 자기 일처럼 느끼고 행동으로 옮기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실무적 질문: "나눔&은 현대차 브랜드인가요? 예산 관리는 누가 하나요?"
답변: 나눔&은 세이브더칠드런이 기획과 운영을 맡되, 브랜드는 파트너십 차원에서 현대차가 전면에 설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입니다. 예산은 세이브더칠드런이 관리하며, 투명성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집행됩니다.
특히 가족 동반 참여 모델을 도입해 아동이 부모와 함께 활동에 참여하도록 했습니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소속감과 연대감을 경험하고, 가정 안에서는 긍정적인 양육 태도와 가족 간 유대가 강화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즉, 봉사라는 경험이 기업과 사회만이 아니라, 가정 안에서도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내도록 설계된 것입니다.
다음 연결을 설계하며
협력은 단순히 관계의 미학이 아니라 구조의 기술이었습니다. 가치가 창출되지 않으면 지속 가능성은 흔들립니다. 결국 지속 가능성은 신뢰 자본과 관계 자본이 순환하는 구조에서 비롯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숫자를 채우는 것보다 관계를 설계하고, 관계를 넘어서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때로는 익숙하지 않은 방식을 시도해야 합니다. 임팩트지향조직/소셜파트너와의 협업에서도 기업의 기대와 NGO의 목적을 통번역하며, 서로의 강점을 연결해 하나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바로 그 지점에서 전통적 NGO는 비로소 혁신의 언어를 얻게 됩니다.
좋은 협력은 내 몫을 키우는 일이 아니라, 함께 켠 불을 더 크게 지켜내는 일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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