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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2025 SOVAC 네트워킹 티타임 : 멘토리 권기효

by 임팩트얼라이언스 2025. 9. 25.

로컬에서 살아남기, 함께 길을 만든다는 것

*글: 진가은(미네르바 대학, 임팩트얼라이언스 커뮤니티 파트너)

멘토리 권기효 대표가 말하는 지역소멸을 바꾸는 연결의 기술

2025년 사회적 가치 페스타의 한가운데. 우리는 다시 질문했습니다. 지역은 정말 기회의 변두리일까, 아니면 새로운 가능성이 솟는 첫 지점일까. 멘토리의 권기효 대표와 함께한 이번 네트워킹 티타임은 "지자체·대학·대기업이 어떻게 손을 맞잡아 지역소멸의 흐름을 바꿀 수 있을까"를 현장 감각으로 탐색한 시간이었습니다.

두 달을 살아보고, 함께 밥을 먹고, 팀으로 일하고, 끝나도 남아 있는 사람을 위한 다음 안전망을 설계하는 일. 말로는 간단하지만 실제로는 누구도 선례를 남기기 어려운 이 일이, 의성이라는 작은 지역에서 어떻게 제도와 연결로 자리 잡아왔는지 구체적 사례들이 펼쳐졌습니다.

"새로운 정책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연결이 필요하다."
권 대표의 한 문장이 이날 대화의 축이 되었습니다.

의성에서 시작한 '로컬러닝랩'

청년에게 지역은 종종 막막합니다. "진로를 준비하라"는 말은 넘치지만, 지역 안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볼 수 있는지 경로는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멘토리는 행정안전부 청년마을 사업을 토대로, 의성에서 '로컬러닝랩'을 운영했습니다.

대학생과 예비창업가들이 두 달간 함께 살며 상권을 함께 설계하고, 평일 하루 한 끼와 숙소를 제공받고, 프로그램 이후에도 지역에서 사업을 이어가고 싶은 이들에게는 최대 1년의 주거를 지원했습니다.

목표는 분명했습니다. 극초기 창업가 양성. 그리고 그 중심에는 네 가지 역량이 놓였습니다:

  • 기업가정신 
  • 지역이해
  • 자기이해
  • 공동체성

누구의 사업계획서가 더 번듯한가가 아니라, "내가 언제 동력이 생기는 사람인지", "이 지역의 자원을 어떻게 포착하고 문제를 발견하는 감각을 기를 것인지"를 함께 훈련하는 과정이었습니다.

기대와 현실 사이에서 꺾이지 않도록

로컬을 향한 기대는 종종 현실과 부딪힙니다. 교통 불편, 주민 인식, 속도의 차이와 같은 요인들. 멘토리는 프로그램을 단계별로 쪼개어 이 충격을 흡수했습니다.

먼저 짧게 경험해보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며, 추가 지원금과 멘토링이 이어집니다. 15명에서 20명 규모의 동료와 팀으로 살며 몰입하는 시간은 고립을 막았고,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도 남아 지역을 선택한 사람들을 위한 후속 안전망이 설계되었습니다.

어떤 이는 뒤늦게 깨닫습니다. "내가 좋아했던 것은 지역이 아니라 사람들이었구나." 그 통찰조차 멘토리에서는 다음 선택의 근거가 됩니다.

연결의 설계, 제도의 자리 만들기

멘토리의 초기 정체성은 청소년과 대학생을 연결해 프로젝트를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소멸위기 지역과 손을 잡으며 로컬 인재 양성으로 미션이 확장되었습니다. 의성은 파격적인 지원을 약속했고, 멘토리는 대학 학점 연계라는 연결고리를 착지점으로 삼았습니다.

성균관대에서 시작해 한양대 사회혁신단과 연세대 고등교육혁신원, 이어 월드비전과의 협업으로 부안 사례가 다음 장을 열었습니다.

핵심은 '현장 중심의 콜렉티브 임팩트'입니다. 행정안전부·교육부·중소벤처기업부가 공동 목표에 합의하고, 대학과 기업 ESG 부서가 각기 다른 소유의 자원과 언어를 멘토리라는 한 테이블에서 문제의 과정을 함께 읽을 때, 규모와 지속가능성이라는 두 축이 비로소 결을 맞춥니다.

"기존 방식이 잘해왔던 것은 수직 협업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수평 협업이다."
권 대표의 말처럼, 멘토리는 부처 간 목표를 엮어 공동의 중장기 플랜으로 만드는 '결합의 기술'을 현장에서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지역을 선택하는 법

지자체는 결국 의회가 의사결정을 합니다. 설득에는 숫자가 필요하고, 숫자는 곧 언어입니다. 멘토리는 지자체와의 주간 보고를 1년 내내 이어가며, 사업의 효과를 화폐화된 지표로 번역해 의회를 설득했습니다. 청년마을 사업이 종료된 뒤에도 경상북도 자체 예산으로 이어진 배경에는 이 '언어의 정렬'이 있었습니다.

한편 권 대표는 '누가 지역에 있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선명했습니다. 청년을 억지로 보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고. "살 사람은 살고, 떠날 사람은 떠납니다." 대신 지역의 시니어 수요를 제대로 읽고, 그 수요를 기반으로 청년이 창업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기회를 만드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합니다.

지역에 필요한 일자리는 많지만, 이를 설계하고 운영할 사무국 역량은 늘 부족합니다. 그 간극을 메우는 것이 프로그램의 존재 이유이기도 합니다.

Q와 A로 남긴 현장의 문장들

거점의 힘: "의성의 가장 인상적인 성과는 무엇이었나요?"
답변: 멘토리는 의성을 구하려 했기보다는, 의성을 '거점'으로 삼았습니다. 경북이라는 거대한 행정 단위의 중심에서 파급을 설계하고자 했다.

구조적 질문: "10년간 보니 구조의 한계는 무엇이었나요?" 
답변: 교육이 사회문제의 핵심입니다. 그러나 교육을 둘러싼 구조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회운동 자체를 수익화해 자생 가능한 무브먼트로 만들려 합니다.

사람으로부터 다시 제도로

이날 자리를 메운 참여자들의 배경은 다층적이었습니다. 공정무역 동아리를 운영하는 대학생부터, 예비창업패키지에 도전 중인 창업가, 경력단절 여성의 일자리를 고민하는 활동가, 민간투자를 연계하는 실무자까지. 각자의 목적은 달랐지만, 모두가 같은 문장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새로운 정책보다 새로운 연결이 필요하다."

정책은 바뀝니다. 사람은 남습니다. 그래서 멘토리는 사람을 통해 제도를 설계합니다. 두 달을 함께 살고, 실패를 작은 단위로 쪼개고, 다음 단계의 안전망을 깔고, 성과를 의회의 언어로 번역해 남기는 일. 연결에서 시작해 제도로 착지하는 이 경로가 지역의 시간을 조금씩 바꾸어 놓습니다.

우리에게 남은 질문

로컬은 낯선 도전이지만 전혀 새로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서울에서 하는 일을 지역에서 하면, 다른 것은 속도와 밀도뿐입니다. 우리가 함께 나눈 문장들은 그래서 지역을 향한 '판타지'가 아니라 '방법'에 가까웠습니다.

누구와 살 것인가, 무엇을 포착할 것인가, 어떤 언어로 설득할 것인가.
오늘의 대화를 지나며 우리는 다시 쓰게 됩니다. 나의 도전이 우리의 내러티브가 되는 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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